[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아역배우 남다름이 배우 겸 감독 하정우의 영화 '허삼관'에서 깊이 있는 연기로 눈길을 모았다. 그는 어른스러운 첫째 아들 일락 역을 맡아 아버지 하정우와 최고의 연기 궁합을 보여줬다.
9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왕십리에서는 '허삼관'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하정우는 "촬영 4개월 전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아역배우들을 찾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역 배우 1600명 정도를 봤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서 크게 활약한 남다름은 하정우의 전작 '군도:민란의 시대'에도 함께 출연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강동원의 아역으로 등장해 짧지만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캐스팅으로 이어진 건 아니었다.
하정우는 오디션 과정에서 남다름이 '군도'에 출연한 사실을 알았고, 윤종빈 감독에게 그에 대해 물어보기에 이르렀다. 하정우는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이는 윤종빈 감독이 뽑았기 때문에 신뢰감이 더 들었다"고 털어놨다.
감독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시작한 만큼 남다름은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연기력으로 두 말 할 것 없는 하정우와 하지원이 부모로 등장하지만, 두 사람 못지 않게 비중이 큰 역할이었다. 아역배우의 연기력이 영화의 완성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에서 남다름은 나이(2002년생)답지 않은 이해력으로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했다.
'허삼관'은 가진 건 없지만 가족들만 보면 행복한 남자 허삼관(하정우 분)이 마을 절세 미녀 허옥란(하지원 분)과 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허삼관은 어느날 자신이 애지중지 11년 동안 기른 일락(남다름 분)이 남의 자식이라는 것을 알게 돼 분노한다.
이 과정에서 허삼관과 허일락의 갈등은 심화된다. 물론 아버지의 일방적인 미움이었고, 속 깊은 아들은 혼자 상처를 삭히며 아버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 친자식이 아닌 게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아버지, 저 용서해주시면 안되요?"라고 묻는 그의 청량한 눈동자는 관객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또한 기른 아버지 허삼관과 친아버지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황하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삼관은 둘째 이락과 셋째 삼락만을 챙기고, 급기야 모두가 꿈꾸던 '만두 파티'에서도 일락만 제외시킨다. 일락은 삼관에게 "제가 친아들이었으면 만두를 사주셨을거냐"고 묻고, 허삼관은 "네가 친아들이었으면, 아마 너를 제일 예뻐했을거다"라고 대답한다. 그 건조한 대답 한마디에 일락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피어난다.
남다름은 상처와 혼란, 부정에 대한 그리움, 미안한 마음과 서운한 마음이 뒤섞인 일락을 연기하면서 섬세한 감정 연기로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힌다. 웬만한 성인 배우 못지않은 어린 소년의 표현력에 모두가 감동했다.
물론 여기에는 마음 따뜻한 엄마 허옥란으로 분한 하지원과 친구 같은 아빠 허삼관 역의 하정우 역할이 컸다. 다섯 명의 배우는 실제 가족처럼 똘똘 뭉쳐 가슴 저릿한 영화 한 편을 만들어냈다. 특히 하정우는 "모니터 보랴 연기하랴 정신없었다"는 고백처럼 감독과 배우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내며 '허삼관'의 감동을 극대화했다.
영화에서는 중간 중간 감독의 재치가 빛난다. 초반은 성동일, 김성균 등이 가세해 코믹하게 진행되다가 중반은 진지한 상황에서 터지는 웃음이 포진해있고, 후반부는 눈물 없이 보기 힘든 장면들이 연출된다.
하정우는 극의 강약을 완벽하게 조절해 그야말로 '웃고 우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전작인 '롤러코스터'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대중들의 보편적 공감을 살 수 있는 작품이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영화.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개봉은 오는 14일.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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