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활성화는 한국 증시의 중장기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한 증시 전문가의 지적이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장기적으로 건전한 자본시장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이상의 수익이 보장되는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배당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배당으로 장기투자자를 시장으로 유인하고, 기업은 자본시장을 통해 원활한 자금조달로 동력을 확보하는 저성장기 선순환 구조를 확보해야 한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2조8000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6년째 증시 이탈을 지속했다. 저성장 성숙경제로 변모 중인 한국경제는 저금리, 고령화 문제가 더해지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강종만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령화 등으로 인한 증권시장의 장기침체를 억제하기 위해 현금배당을 확대함으로써 안정적 수입을 선호하는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사주 매입은 아직 주주친화정책의 해법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여느 국가와 달리 매입 후 소각 대신 단순 지분 보유로 남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주주 가치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결국 해법은 배당 확대로 귀결되지만 발목을 잡는 건 기업의 배당여력이다. 증권정보제공 업체 퀀트와이즈에 따르면 국내 상위 100대 기업의 현금성 자산 추이는 2008년 80조원대를 돌파한 뒤 2013년까지 6년 내리 90조원 고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세금 문제도 기업들이 이익유보금을 쌓아두는 원인으로 꼽힌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배당소득이 자본소득에 비해 불리한 세제를 유지하면 소액주주로서도 배당을 요구할 이유가 없고, 기업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의 역할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정부출자기관의 배당성향을 오는 2020년까지 4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앞장서 공기업 배당확대를 장려하는 것은 민간기업 배당성향 확대의 선순환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성장성 확보와 곳간 개방 외에 추가적인 노력도 주문받고 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주들이 필요한 정보와 투자기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기업들은 정보비대칭 해소 및 액면분할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되더라도 투자 대상 선별은 결국 투자자의 몫이다. 일단 기업의 장기 성장성을 고려해야 한다. 신정순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경제연구원 대외세미나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익이 변동할지라도 배당은 이와 관계없이 안정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익의 증가가 일시적이지 않고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졌을 때 비로소 배당금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거나 먼저 손짓하는 기업들을 눈여겨 보는 것도 팁이다. 배당여력 못지않게 중요한 지배주주의 경영 성향은 겉으로 드러날 때 밖에 확인할 길이 없다. 장희종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배당기준일 이후 실적으로 관심이 쏠리지만 전통적으로 변동성이 큰 4분기 실적 시즌 대응은 쉽지 않다"면서 "12월 결산을 앞두고 배당증가를 사전 공시한 기업들이 양호한 실적이 나타난 적이 많았던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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