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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뮤지컬 '라카지' 정성화의 자아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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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도 중간이었는데...무대에 오른 순간 알았다. 내가 원하던 게 이거였구나"

[인터뷰]뮤지컬 '라카지' 정성화의 자아실현 정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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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늘 존재감도 없이 수면 아래 묻혀있던 사람이 한 번 인정을 받게 되면 어떻게 변하는지 아세요? 부지런해집니다. 그 꿈에서 깨지 않기 위해서 나름의 노력이란 걸 하게 되는 거죠."

뮤지컬 배우 정성화(40)의 이야기다. 지금이야 뮤지컬 캐스팅 0순위의 위치에 올라있지만,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시간은 길고도 지난했다. 1994년 SBS 개그맨 공채로 데뷔한 이래 "웃기는 것도 안웃기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긴 시간을 보냈다. 우연찮게 연기도 해보았지만 이마저도 "될 듯 말 듯하다"는 평가만 받았다. "난 뭘 해도 중간밖에 안되는구나"하는 고민에 빠져있을 때 뮤지컬의 기회가 찾아왔다. 2003년 12월 '아이 러브 유' 첫 공연이 끝난 후 사람들이 보낸 웃음과 환호, 박수 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그 이후로 뮤지컬 배우로 생활하게 된 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굵직굵직한 작품에서 정성화의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된 것도 달라진 변화다. 창작뮤지컬 '영웅'에서는 안중근 의사를, '맨 오브 라만차'에서는 돈키호테를 맡았던 그는 2012년에는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으로 단독 캐스팅돼 10개월의 대장정을 이끌어가기도 했다. 각종 뮤지컬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저력을 입증한 정성화는 최근에는 '라카지'의 여장남자이자 중년의 게이이면서 20년째 지극정성으로 아들을 키우는 엄마 역할인 '앨빈'으로 돌아왔다. 잔뜩 힘을 준 마스카라, 화려한 헤어스타일, 반짝이는 드레스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한 그는 낯설어하는 관객들을 순식간에 휘어잡는다.

[인터뷰]뮤지컬 '라카지' 정성화의 자아실현 라카지


▲'라카지'는 2년 만에 다시 공연하게 된 소감은?
-처음 공연할 때부터 '앨빈'은 나에게 최적화된 역할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이가 더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역할이기 때문에 '정성화'하면 생각나는 역 할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여성스럽게 연기하다가도 '앨빈'이 화가 날 때 갑자기 남자 목소리가 튀어나오는 장면에서의 연기가 너무 재밌다. 노래하다가 '아, 아'하고 중저음으로 소리를 낸다든가 하는 그런 깨알같은 코믹한 면을 살리는 맛도 좋다.


▲'영웅', '맨 오브 라만차', '레미제라블' 등 선굵은 역할을 했던 기존의 모습과는 다른 이미지다.
-앞서 '거미여인의 키스'라는 연극을 할 때, 여성성이 강한 남자인 '몰리나' 역을 맡으면서 이런 연기에 매력을 갖게 됐다. 관객들이 내가 처음에 등장하면 다들 당황해한다. 얼굴도 넓적하고, 배도 볼록 나온 사람이 드레스 입고 등장하니까. 하지만 공연이 진행될수록 관객들이 나를 점점 '엄마'로 보는 시선이 느껴져서 보람된다. 주변에 여성 캐릭터들을 보면서 제스처나 말투도 많이 따라했던 게 도움이 됐다.


▲'앨빈'은 상당히 복합적인 인물이다. 중년의 여장남자이면서 콧대높은 가수이고, 또 엄마로서의 모성애도 상당하다.
-나한테는 흥미로운 인물이었다. '앨빈'은 클럽의 전설적인 여가수인데, 굉장히 예민해서 국화꽃을 가져다주면 '나보고 죽으란 거야?'라며 톡 쏜다. 그러면서도 모성애가 상당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 어머니는 부부싸움을 할 때 무엇때문에 싸우셨는지, 아버지한테서 어떤 부분에서 감동을 받으셨는지를 곰곰이 생각해서 작품에 적용했다. 또 내가 결혼한다고 얘기했을 때, 우리 어머니가 어떤 심정이었을까도 생각해봤다.


▲연출가들마다 다들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정성화에게 역할을 맡기면 굉장히 철저하게 준비를 한다는 거다.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능동적인 편이다. 연출가 입장에서는 좀 피곤한 스타일일텐데, 그게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작품에 굉장히 많이 개입한다. 예를 들어 오늘 어떤 장면이 나간다면, 연출가만큼 분석을 많이 해가지고 가서 의견을 얘기한다.


[인터뷰]뮤지컬 '라카지' 정성화의 자아실현 정성화


▲무대에 서면 어떤 기분인가?
-나가기 전에 항상 긴장도 하고 떨린다. 잠자기 싫은데 잠들면 행복한 것처럼, 무대에 서기 전에는 힘든데, 막상 올라가서 연기를 하고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달콤하다. 이 맛에 무대를 도저히 못버린다. 개그맨 할 때도 뮤지컬 무대를 막연하게 동경했는데 내가 여기서 밥을 벌어먹고 살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당시에는 개그도, 연기도 늘 중간이하였다. '쟤는 될 것 같으면서도 안된다'는 말도 들었다. 그러다 뮤지컬 '아이 러브 유'를 하면서 기회가 찾아왔다. 아, 내가 10년 만에 찾은 게 바로 이거였구나 싶었다.


▲뮤지컬을 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꿈만 같은 세월이다. 수면 밑에 있던 '나'라는 사람을 끌어올려준 것도 뮤지컬이고, 내 나름의 희망도 얻었다. 관객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앞서 대중을 이끌어갈 수 있는 작품도 해보고 싶다. 좋은 창작뮤지컬도 많이 하고 싶고, 나름의 책임감이 커졌다.


▲본인에게 의미가 있는 뮤지컬 넘버(노래) 3곡만 뽑는다면?
-'맨 오브 라만차'의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곡이며, 앞으로도 나를 지탱해줄 노래다. '라카지'의 '아이 엠 왓 아이 엠(I am What I am)'도 빠질 수 없다. 사람들의 시선이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 노래다. 마지막으로 '라디오스타'의 '별은 혼자 빛나지 않아'는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어준 곡이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사진=최우창 기자 smic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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