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새해 첫 번째 주 월요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는 매년 같은 행사가 반복된다.
바로 재계를 대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경제계 신년 인사회다. 매년 열리다 보니 별반 다를 게 없다. 그해마다 이슈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통령이 참석해 경제인들에게 투자를 당부하고, 경제인들도 의례적으로 화답하는 것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청양의 해, 경제계 인사회는 조금 달랐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재계 인사들의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다소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박 대통령은 5일 오후 5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5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두 번이나 약속을 당부했다.
첫 번째는 기업인들에 대한 약속이었다. 박 대통령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서 적극적인 투자와 과감한 혁신으로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달라"고 주문했다.
이 같은 발언에 장내에 참석한 1300여 기업인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지금 박수는 그렇게 하겠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고 말했다. 경제인들은 다시 박수로 화답했다.
두 번째 약속은 야권에 대한 약속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과 만나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등의 처리를 위한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문 비대위원장이 "도와드릴 것은 도와 드려야죠. 경제에 여야가 있나요"라고 하자 박 대통령은 웃으면서 "약속해주시는 겁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잇달아 재계와 야권 인사들에게 두 번이나 약속을 당부한 것은 그만큼 올해 경제 전망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정치권이 모두 합심해야 경제 활성화라는 최대 과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박 대통령의 절박한 심정을 엿볼수 있는 것이다.
재계도 절박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은 중국의 거센 추격과 저성장ㆍ저물가ㆍ엔저의 삼각파도 속에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주력 산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신성장 동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새해 성장계획 마련보다는 최소 3년은 버텨야 한다는 절박감 속에 내핍 경영에 골몰하고 있다.
그렇다고 재계가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 어렵다고 투자와 혁신을 게을리 한다면 오히려 후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서 경제인들이 경제 혁신과 활성화 동참에 대한 의지를 다진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제는 다짐을 실천으로 옮겨야 할 때다. 정부는 말로만 경제활성화를 외칠 게 아니라 기업들의 투자와 경영 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혁신해야할 것이다.
정치권도 의미 없는 정쟁에서 탈피, 경제활성화 및 민생 관련 법안 등의 처리를 위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노동계도 자신들의 목소리만을 높일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기업 경영을 고려해 화합해야 할 때다.
기업들도 '여력이 없어서'라는 뻔한 핑계에서 벗어나 기업가 정신으로 돌아가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해야한다.
경제는 심리인 만큼 다시 한 번 뛰어보자는 의지를 살려 한국 경제 재도약의 마지막 골든타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sinryu007@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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