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러시아 정부가 자국의 루블화 가치 폭락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 해결 차원에서 금융안정화 대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금융 부문(은행) 안정성 강화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재무부도 보유 외화를 풀어 환율 방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루블화 환율은 다소 진정세로 돌아섰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내년 은행들에 자본금을 확충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게다가 은행과 기업의 대외 채무 지불 차질을 둘러싼 우려 불식 차원에서 외화 자산 공여 확대 조치도 취할 예정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특히 은행에서 제공하는 채권을 담보로 외화를 제공하는 이른바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거래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외화 공급을 늘려 은행과 기업의 수요에 부응하겠다는 뜻이다. 러시아 재무부도 보관 중인 외화를 매각해 환율 방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알렉세이 모이세예프 재무차관은 이날 "재무부 국고 계좌의 70억달러(약 7조6650억원)를 시장에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이틀 동안 폭등했던 루블화 환율은 재무부와 중앙은행의 발표 이후 다소 진정제로 돌아섰다. 전날 달러와 유로 대비 각각 80루블, 100루블까지 치솟았던 루블화 환율은 이날 늦은 오후 각각 60루블과 75루블대로 떨어졌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루블화 환율이 러시아 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크게 저평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본시장 통제를 둘러싼 의구심과 관련해 "정부가 강력히 통제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중앙은행과 함께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을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이런 전략을 여전히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환율이 계속 상승할 경우 외화를 풀어 해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외환보유액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고 결국 자본 통제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비상 조치로 일정 기간 외환거래 중단, 외화 예금 인출 통제 등을 예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통제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미 경제 전문 채널 CNBC는 루블화 급락과 함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거래가 급증한 게 좋은 예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지도가 여전히 80% 수준이라며 이번 사태에도 그의 입지는 변함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이 18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 수습과 관련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하루 앞두고 지난 9월부터 가택 연금 상태에 놓여 있던 신흥재벌 시스테마 홀딩스의 블라디미르 예프투셴코프가 연금에서 풀려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러시아 정부가 시장에 보내는 일종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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