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루블화가 사상 초유의 금리인상 단행에도 불구하고 추락을 거듭하면서 러시아 교역 기업에도 충격파가 예상된다. 당장 수출 결제대금으로 받은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원화 환산 이익 감소가 점쳐지고 있어서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업체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1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대(對)러시아 수출 결제 대금 가운데 루블화는 4억5680만달러(약 5038억원)로 전체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2007년 3분기 루블화가 처음으로 러시아 수출 결제대금으로 한국은행 통계에 인식된 이래, 규모와 액수 모두 사상 최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유가가 연초 대비 44.9% 급락하면서 달러화대비 루블화도 연초대비 60%(16일 기준) 가까이 폭락했다.
3분기 러시아 수출에서 달러 결제대금은 15억7330만달러(68%)다. 이외 유로화 2억3640만달러(10%), 원화 5180만달러(2%) 순이다.
7년 전인 2007년 3분기만 해도 2%(3720만달러)에 불과했던 루블화 결제대금 비중은 2008년 3분기 10.2%(2억7160만달러), 2009년 3분기 19%(2억610만달러)까지 올랐다. 2010년과 2013년 사이에도 꾸준히 11~19% 선을 유지하다가 올 3분기 액수와 비중이 모두 사상 최대 수준인 4억달러 수준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러시아 수출기업의 루블화 결제 빈도가 높아진 것은 미국의 경제제재 탓이라고 봤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후 7월부터 본격화된 서방의 러시아 제재로 달러화를 통한 러시아 금융거래가 막히면서 루블화 결제 비중이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김세진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7월부터 대러시아 경제제재가 나타나면서 우리나라가 러시아와 무역거래에서 달러를 받아 미국을 거치는 금융거래도 제재대상이 됐고 그 대체수단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루블화를 받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루블화를 결제대금으로 받은 기업의 손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충식 한은 국제수지팀 팀장은 "유가가 오르고 루블화가 안정돼 있을 때는 루블화로 결제대금을 받더라도 또다시 루블화로 물품을 수입하는데 쓸 수 있는데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에선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환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자동차나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러시아 10대 수출 품목(지난해 기준) 가운데 자동차산업은 승용차(1위), 자동차부품(2위), 화물자동차(5위), 타이어(8위) 등 4개 품목이 올라 있다. 홍정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러시아 수출이 우리나라 총 수출에 2%를 차지하고 있어 직접적인 체감위험은 크게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위기상황은 분명히 위기상황인 만큼 디폴트 여부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