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구조체 스핀소용돌이에 카오스 있었다

국제 연구팀 찾아내

▲나노구조체를 관찰한 결과 스핀소용돌이 구조가 형성될 때 카오스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처음으로 찾아냈다.[사진제공=미래부]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한·미 공동 연구팀이 스핀트로닉스 기술의 기반이 되는 나노 크기의 자성체 배열에서 스핀방향이 결정되는데 이 과정에서 혼돈(chaos)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찾아냈다.

스핀트로닉스에서는 나노 크기 자성체 배열 속에 형성된 스핀의 방향으로 정보를 저장한다. 이 방향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그 과정의 숨은 물리적 원인을 이론과 시뮬레이션(전산모사), 방사광 가속기 실험을 통해 카오스 현상이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스핀트로닉스는 전자의 자기적 방향을 뜻하는 스핀과 전자공학을 응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정보기술을 말한다. 혼돈(Chaos) 현상은 우주가 발생하기 이전의 원시적 상태를 말한다. 초기 조건이나 원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장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안정한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특정 크기의 원형 형태를 가지는 나노 자성체 배열 안에서 형성되는 스핀 소용돌이 구조는 스핀방향을 통해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또 스커미온을 원하는 배열로 형성하는데 이용할 수 있다. 스핀트로닉스 분야에서 많이 연구돼 온 대상이었는데 형성 과정의 물리적 근원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스핀소용돌이는 스핀 방향의 배열상태가 태풍과 같이 회전하는 형상을 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태풍의 눈과 같은 핵이 존재한다. 회전하는 형상이 시계방향 반시계방향 두 가지가 존재 할 수 있다. 핵은 업과 다운의 두 가지 방향을 가지고 있어 회전하는 형상 또는 핵의 방향에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매우 안정한 정보 저장 스핀구조로 여겨지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스커미온은 스핀소용돌이와 비슷한 스핀구조를 가지나 회전하는 형상이 없거나 아주 작으며 핵만 존재하는 아주 작은 크기의 스핀구조로 최근 정보 저장 처리 매체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나노 자성체 배열에서 스핀소용돌이가 형성될 때는 복잡한 동적 과정을 거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배열간의 정자기 상호작용이 매우 큰 역할을 해 배열의 간격에 따라 스핀방향이 다르게 결정될 수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정자기 상호작용이란 막대자석주위에 형성되는 자기장처럼 스핀 주변에 형성된 자기장이 다른 스핀에 영향을 주는 상호작용을 일컫는다.

특정 나노 자성체 배열 간격에서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근원적 물리 현상이 숨어 있었음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통계적 과정 속에 나비효과로 잘 알려진 카오스 현상이 지배적인 상황이 돼 스핀 방향이 무질서하게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된다는 사실을 찾아낸 것이다.

떨어지는 나뭇잎, 심장의 박동, 목성 소용돌이인 대적점의 운동, 주식시장의 주가에 이르기까지 카오스 현상은 운동을 지배하는 근본적인 법칙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혼돈 현상이 나노 자성체의 스핀방향의 형성에서도 확연히 들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연구는 미국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의 한국인 여성 과학자 임미영 박사(제1저자 및 공동교신저자, 현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신물질과학전공 겸임교수)와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의 이기석 교수(공동교신저자)가 주도하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홍정일 교수팀이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과학 전문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지 온라인판 12월17일자(논문명: Stochastic formation of magnetic vortex structures in asymmetric disks triggered by chaotic dynamics)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