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러시아 중앙은행이 16일(현지시간) 긴급 통화정책회의를 갖고 기준금리를 10.5%에서 17%로 대폭 인상했다. 루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날 루블화는 폭락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달러당 60루블선으로 밀렸다.
블룸버그 통신은 인상폭 6.5%포인트는 러시아 경제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맞았던 1998년 이후 최대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러시아 중앙은행의 위기감이 크다는 뜻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성명에서 루블화의 평가절하와 인플레이션 위험이 상당히 커진데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이날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10% 가량 떨어지면서 달러·루블 환율이 단숨에 달러당 64루블선까지 밀렸다. 지난 주말 루블화는 달러당 58루블선에서 거래됐다. 연초 달러·루블 환율은 달러당 32루블 수준이었다.
최근 국제 원유 가격이 급락하면서 루블화 평가절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러시아 정부 재정 수입의 절반을 차지한다. 또 국내총생산(GDP)의 25%가 에너지 산업과 관련돼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유가가 평균 60달러 수준을 유지한다면 내년 국내총생산(GDP)이 4.5~4.7% 가량 크게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자본 유출 규모도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13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러시아의 기준금리 인상은 올해 여섯 차례 이뤄졌다. 이번 인상은 지난 11일 1%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지 닷새 만이다. 연초 러시아의 기준금리는 5.5%였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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