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대기업의 산업용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나왔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조세재정연구원이 발간하는 '공공기관 이슈포커스' 12월호에 기고한 '한국전력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한 정책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전기요금의 종별 원가회수율이 모두 100%를 하회하고 있다는 점에서 점진적인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면서 주택용 요금은 복잡한 누진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주택용 전기요금제는 전기사용량에 따라 6단계로 책정되며 가장 비싼 6단계의 전기요금이 가장 싼 1단계의 11.7배에 이른다. 일본 1.4배(3단계), 미국 1.1배(2단계), 중국 1.5배(3단계)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최저와 최고구간의 격차가 크다.
하지만 누진제가 3, 4단계로 줄어들면 오히려 전기를 적게 쓰는 가구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비판도 많다. 김 연구위원은 누진제 완화와 함께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별도로 강화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는 특히 대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산업용 경부하 요금의 현실화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산업용 전기요금 판매가격은 ㎾h당 100.70원으로 주택용(127.02원)의 75% 수준이다.
지난해 100대 대기업이 원가 이하로 할인받은 전기요금액이 2조원을 넘고 삼성그룹을 비롯한 10대 그룹이 1조5000억원으로 전체 할인액의 75%를 차지해 특혜라는 지적이 많았다.
산업계는 산업용 요금이 주택용의 75% 수준으로 일본(70%), 프랑스(66%), 미국(56%), 독일(44%)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이와 함께 한전과 발전사 간의 재무구조가 악화되지 않도록 정부가 판매사인 한전과 공급사인 발전사 간의 도매가격을 현실화하고 전기생산비용에 포함되지 않고 있는 송변전 지역 지원비 등을 반영해 정확한 총괄원가를 따져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전이 10조5500억원에 본사부지를 현대차그룹에 매각한 것은 부채문제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반갑지만 한전과 발전자회사의 부채는 이미 100조원을 상회해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한전의 경영목표는 전기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이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동시다발적인 부채 구조조정이 경영목표를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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