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삼성그룹이 내년 그룹 차원의 신년하례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입원이 길어진데다 전체적인 실적도 부진한 만큼, 계열사별로 시무식을 치르는 것으로 대신할 계획이다.
12일 삼성그룹은 "내년에는 그룹 전체가 모여 여는 신년하례식은 열지 않기로 했다"며 "이 회장이 입원해 계신 가운데 떠들썩하게 신년하례식을 여는 모습이 좋지 않아 보인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삼성그룹의 각 계열사들이 조용하게 시무식을 준비 중이다. 매년 이 회장이 새로운 경영화두와 당부를 담아 작성해 온 신년사도 내년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매년 1월2일 이 회장 주재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그룹 임원진들이 모인 가운데 신년하례식을 열었다. 그 자리에서는 그해의 핵심 화두가 담긴 이 회장의 신년사도 공개됐고, 이 행사는 사내방송으로 생중계됐다.
2008년 삼성특검 등 대내외적 상황으로 신년하례식을 갖지 않은 적은 있지만, 그 때마다 이 회장을 대신해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과 주요 사장단이 시무식 겸 신년하례식을 겸한 인사회를 진행했다. 아예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최근 신년하례식 외에도 각종 행사를 간략하게 치르거나 취소하며 조용한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연말행사인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이 어느 때보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반도체의 날 40주년 기념 행사도 생략됐다.
삼성그룹은 지난 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2014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을 열었다. 2013년도 시상식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생일에 맞춰 올해 1월9일에 열렸지만, 올해는 다시 12월 초 인사 시즌에 진행됐다.
전년 시상식은 시상식 직후 수상자들이 신라호텔로 이동, 이 회장 등 오너 일가와 만찬을 즐겼지만, 올해에는 만찬 행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장기 입원해 있는 이 회장을 제외하고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도 모두 불참했다. 시상식을 주재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과 삼성 계열사 사장단만 자리를 지켰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지난해와 같은 만찬은 올해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수상자와 수상자가 소속된 계열사의 사장이 식사를 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은 1993년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이듬해에 제정, 수여됐다. 수상자에게는 1직급 특별 승격을 실시하며 1억원의 상금이 각각 제공된다.
한편 삼성은 올해 반도체의 날 40주년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행사는 생략했다. 지난 2004년에는 30주년을 맞아 '반도체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는 등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밝힌 바 있다.
한 삼성 관계자는 "회사가 전반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고, 회장님도 장기 입원한 상태에서 행사를 떠들썩하게 할 수 없는 분위기"라며 "필요한 행사만 진행하며 직원들끼리 차분하게 축하하고, 내년 계획을 짜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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