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B2B센터 각각 5년 2년만에 문닫아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배경환 기자, 김은별 기자] 삼성전자가 미래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설립했던 미디어솔루션센터(MSC)와 B2B센터가 각각 5년, 2년만에 문을 닫았다.
지난 2009년 스마트폰 시장 초기 애플을 따라잡기 위해 만들었던 MSC가 5년간의 실험 끝에 해체됐으며, 지난 2012년 설립해 B2B 사업을 총괄해 온 글로벌B2B센터도 간판을 내렸다. 갤럭시 시리즈 성공 이전 조직으로 되돌려진 셈이다. 이들 조직은 새로운 조직에 흡수돼 각각의 업무를 추진하며 다시 처음부터 시작(리스타트)하는 과정을 밟게 된다.
해외 조직 역시 지난 1996년 미국서 휴대폰 사업을 시작하며 만든 삼성텔레커뮤니케이션아메리카(STA)를 미주 본사로 흡수 합병하며 개편했다. 사장단 인사를 통해 IT모바일(IM) 부문의 사장 수를 줄인데 이어 조직개편서도 무선사업부의 재정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갤럭시 성공 이전의 체제와 조직을 갖추며 초심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1일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의 방향은 급격한 성장통을 치유하기 위해 원점에서 시장 경쟁력을 재고하는 차원에서 단행됐다"면서 "각 조직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회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 위한 조직 재정비"라고 말했다.
이번 조직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지난 2009년 설립된 MSC가 해체됐다는 점이다. 당초 MSC는 애플에 주도권을 빼앗긴 스마트폰 사업을 위해 설립됐다. 애플이 아이튠즈를 내세워 음악 플랫폼을 장악하고 앱 플랫폼을 장악하며 아이폰을 연착륙 시키자 MSC를 설립해 삼성전자 역시 소프트웨어, 음악, 영상, 전자책 등 각종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MSC는 소프트웨어 관련 인력들을 흡수하며 조직은 계속 늘어났지만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만든 플랫폼 보다 특정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들이 더 인기를 끌며 사용자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력 재고를 위해 만들었던 MSC는 점차 역할이 바뀌며 콘텐츠 플랫폼 위주로 재편됐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면서 "초기 맡았던 소프트웨어 개발 기능이 전사 조직인 소프트웨어 센터로 이관됐고 최근에는 콘텐츠 플랫폼 사업 마저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MSCA 주도로 진행되며 유명무실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해체된 MSC 인력 중 소프트웨어 개발이 가능한 인력은 소프트웨어센터로 배치됐다. 이 과정에서 무선사업부와 관련된 일을 하던 인력들은 무선사업부로 자리를 옮겼다. 모바일 결제 등 무선사업부에서도 핵심 사업으로 손꼽고 있는 모바일 솔루션 부문 등이 해당된다.
해체된 글로벌B2B센터 역시 해체 이유가 동일하다. 지난 2012년 설립된 글로벌B2B센터는 삼성전자 각 부문의 B2B 사업을 총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난 2년간 글로벌B2B센터는 사실상 IM부문의 하위 조직이나 마찬가지였다. 각종 B2B 사업중 무선사업부와 관련된 B2B 사업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글로벌B2B센터에 근무했던 삼성전자 관계자는 "각 부문의 B2B 사업을 총괄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었지만 한계가 있었다"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경우 독자적으로 B2B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보니 글로벌B2B센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무선사업의 B2B 사업이 대부분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글로벌B2B센터를 해체하며 무선사업부에 흡수한 것이다. STA를 흡수합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선사업을 위해 설립된 별도 법인을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무선사업부는 총 7명의 사장이 이끌던 조직에서 2명의 사장이 이끄는 조직으로 축소됐지만 역할은 오히려 커진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거대조직으로 운영돼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반영된 개편으로 내부에서도 낮은 곳에서 더 많은 일을 맡아 명예회복을 하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MSC 인력을 대거 흡수한 소프트웨어센터는 타이젠 운영체제(OS) 위주의 개발 역할에서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전반을 책임지게 될 전망이다. 콘텐츠 플랫폼 등으로 우회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OS, 애플리케이션 등을 개발하는 역할을 맡았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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