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서울시가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시민위원회)'측이 지난달 28일 의결한 인권헌장(안) 확정·선포를 거부하면서 5일째 인권단체 등의 시청 점거농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박원순 시장이 세계 인권의 날인 10일 농성단·인권단체 대표들을 만나 사과했다.
서울시는 박 시장이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농성단·인권단체 대표 6명과 면담을 갖고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과정에서 벌어진 논란과 관련해 사과와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시가 인권헌장 선포를 거부하면서 인권단체 등은 지난 6일부터 시청에서 점거농성을 벌여왔다. 이들은 박 시장과의 면담, 인권헌장 선포를 요구해 왔다.
면담 결과 박 시장은 먼저 인권헌장 제정 과정에서 시민에게 심려를 끼쳤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또 성소수자 인권, 시민사회단체 등에게 농성의 원인을 제공하게 된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했다.
박 시장은 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헌법 정신에 따라 모든 차별적 요소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시는 차별없는 시정을 실천하기 위해 관련단체와 협력적 관계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시가 인권헌장을 거부한 이래 박원순 시장이 인권단체에게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열렸던 한 기자설명회에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오늘(10일) 오후까지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박 시장은 오후 6시30분에 예정돼 있었던 외부일정을 취소하고 농성장 대표단과 면담을 가졌다.
그러나 사과 표명에도 인권헌장이 선포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시청에서 농성 중인 시민·인권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할 지 여부도 아직 미지수다.
한편 '서울시민 인권헌장'은 시민들이 누려야 할 복지, 교통, 인권 등 다양한 분야의 권리를 담은 헌장이다. 당초 시는 세계 인권의 날인 10일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제정을 담당한 시민위원회에서 전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확정·선포를 거부해 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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