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대선 예비후보 1위를 달리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요즘 낭패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은 동성애 인권 보호조항 포함 여부를 놓고 논란 끝에 사실상 무산됐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시민을 위한 예술 단체로 바꿔 보려던 시도도 실패할 처지에 놓였다.
애써 영입한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가 직원들에게 폭언ㆍ성추행ㆍ인사전횡을 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특히 박 대표는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번복하고 자신이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과 직원들의 음모에 의해 희생당했다고 주장하는 등 사건을 '진실게임'으로 몰고 가고 있다.
이 두 가지를 놓고 박 시장에 대한 비판이 많다. 진보단체들은 박 시장의 인권에 대한 기본 의식이 의심된다며 비난한다. 반면 보수ㆍ기독교 성향 시민단체들은 박 시장에 대해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의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향 사건을 놓고서도 "낙하산으로 임명한 박 시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물론 박 시장에게 책임이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서울시정의 최종책임자로서 일련의 사태에 대해 가장 크게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은 당연히 박 시장 자신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 일들은 서울시의 관료적 업무 처리 방식을 노출시켰다는 점을 함께 지적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은 올해 초부터 진행돼 왔다. 동성애 인권 보호 조항을 둘러 싼 논란은 충분히 예견됐다. 그러나 사전 논의 과정에선 침묵한 채 최종 단계에서야 '합의 아니면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서울시 공무원들의 안이한 태도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향 박 대표 사건도 초기 철저한 사실관계ㆍ본인의 사퇴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서둘러 문제를 봉합하려다 벌어진 측면이 커 보인다.
이 같은 관료적 일처리를 개선하는 것도 결국 박 시장의 몫이다. 이번 사태는 외부인 출신 혁신가가 공직사회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개혁을 하기 위해선 어떤 시험대를 거쳐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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