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증가는 독과점이윤 노린 이통사와 제조사의 과소비 조장 때문
TV를 사서 방송사업자에 가입하듯 단말기 완전자급제(자유구매제) 실시해야
기본요금제 폐지, 분리요금 할인율 인상, 단말기 국내외 차별판매 금지해야
데이터 사용량, 원가공개, 국민 대표가 참여하는 통신요금심의기구 만들어야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으론 가계통신비 인하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단말기 완전자급제, 기본요금제 폐지, 요금인가시 사전심의, 단말기 출고가 인하 및 국내외 차별판매 금지 등 통신비 인하 추가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미래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인천 부평갑)과 최원식의원(인천 계양을)이 10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개최한 ‘가계통신비 증가 원인과 인하 방안 종합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일제히 단통법 후속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병호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의 상대적 차별은 시정됐지만, 요금인하와 단말기 가격인하는 미미하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획기적이고 종합적인 인하방안이 필요하다”고 토론회의 취지를 밝혔다.
문 의원은 “단통법에는 보조금 상한제로 절감된 이통사들의 마케팅비용과 늘어난 이익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줄 직접수단이 미비하다”며, “기본요금 폐지, 분리요금제 요금할인율 대폭 인상으로 요금을 내리고, 보조금 분리공시제 도입, 단말기 출고가 인하, 공급구조 다변화 등을 통해 단말기 가격거품을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원식의원도 인사말을 통해 “단통법을 넘는 통신비 인하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온 국민이 공감할 것”이라며, “최근 (본인이) 이통시장 ‘5:3:2구조 개선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것도 이통시장의 가격경쟁을 촉진해 통신비를 내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의원은 “최근 폐지논의가 활발한 요금인가제가 대안 없이 폐지되면 지배적사업자의 지위 남용을 막고 공정경쟁을 유도할 수단이 없어지게 된다”며,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려면 지배적사업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가중제재 방안까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성갑 숭실대 IT대학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이해관 통신공공성시민포럼 대표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2년(1990~2012년) 동안 우리나라 도시가계(근로자가구)의 소득수준과 총소비지출금액(2010년 실질가치 기준)은 각각 연평균 3.2%, 3.0%씩 증가했으나, 통신비는 연평균 14.5%씩 증가했다”며, “매월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통신비 비중(실질기준)도 1990년 0.6%(월 8천원)에서 2012년 6.7%(16만5천원)로 11배(금액으론 20배) 증가했다”고 지적했다.(한국소비자원, ‘통신서비스시장의 개선방향’, 2013.12)
이해관 대표는 “우리나라 가계통신비 급증 원인은 소비자들의 자발적 과소비라기 보다 독과점 초과이윤을 노린 이통사와 제조사가 과도한 요금제와 단말기 거품으로 통신과소비를 조장하기 때문”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통신비를 내리기 위해서는 데이터 등 사용내역 및 원가공개, 요금인가시 사전심의, 알뜰폰 망도매가 인하, 제4이통사업자 진입 허용, 분리공시제 도입, 해외 단말기시장과의 차별판매 금지” 등 추가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정상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실장은 “그동안 한국의 이통시장은 제조사와 통신사업자가 결탁하여 통신사업자만 서비스 가입과 동시에 단말기를 판매하도록 하여‘고가의 단말기 - 고가의 요금제’로 수익을 올리고 이용자만 부담을 떠안는 악순환이 반복돼왔다”고 진단하고, “문제는 제조사와 이통사가 보조금으로 소비자 차별, 지역 차별을 하여 시장질서를 혼란시키는 것이며, 현행 단통법체제도 ‘보조금’이 있는 한 이통시장의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안정상 실장은 “단말기 완전자급제란 TV를 사서 방송사업자를 선택해 가입하듯이 소비자들이 단말기를 자유롭게 구입해 통신사에 가입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유럽권처럼 단말기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단말기 가격인하나 요금할인이 되면서도 제조사의 장려금이나 이통사의 지원금 등 보조금 자체가 사라지게 되어 현재와 같은 소비자 차별이나 요금제간 차별 등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용구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 상임이사는 “단통법으로 보조금 한도가 규제되자 이통사들이 18개월 약정의 중고폰 선보상제도를 통해 우회적인 보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중고폰 선보상제도의 본질은 임대이므로 차라리 24개월 장기임대를 통해 단말기를 무료로 제공하고, 이를 통해 단말기 렌탈전문 플랫폼을 구축해 렌탈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우리나라 이통시장은 이통3사가 5:3:2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독과점구조”라며, “이통3사들은 독과점 시장구조를 이용해 요금인하경쟁은 회피하고 마케팅 경쟁에만 치중해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고, 국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통신비를 지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진걸 처장은 “현재의 독과점구조가 유지되는 한 이통사들의 자율경쟁을 통한 요금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요금정보의 공개와 국민들이 참가하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요금규제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장으로 통신비 원가공개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조형수 변호사는 “미래부에 가칭 ‘통신요금심의위원회’를 만들어 국민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요금규제절차에 참가하고 그 과정에서 통신비 원가자료를 제한없이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조형수 변호사는 “통신요금심의위원회와 별도로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이통사업자가 제출한 영업보고서의 일부와 요금산정근거자료의 정기적인 공시를 통해 요금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정진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시장 변화와 이슈”에 대해 발표했고, 전규환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조사연구실장, 배상용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부회장,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이용제도과 남영주 사무관과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시장조사과 백설영 사무관이 발제자들의 가계통신비 인하방안에 대해 각각의 입장을 밝히는 방식으로 토론했다.
이날 토론회는 참여연대·통신소비자협동조합·통신공공성시민포럼·생생포럼이 공동주최하고, 문병호·최원식 의원이 공동주관했으며, 1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가계통신비 인하방안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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