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교육위, 내년 예산 전액 삭감… 교육청과 4개 기초단체 매칭사업 무산 위기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시교육청이 내년부터 무상급식을 중학교까지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시의회에서 관련예산 전액이 삭감돼 좌초 위기에 놓였다. 일각에서는 인천시의 지원없이 교육청과 일부 기초단체가 사업비를 절반씩 분담해서라도 중학교 무상급식의 첫발을 내딛겠다는 의지에 시의회가 찬물을 끼얹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5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천시의회 교육위는 지난 3일 2015년도 예산안 심의에서 중학교 의무 무상급식 예산 12억50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시교육청은 동구, 남구, 남동구, 강화군 등 4개 군·구와 예산을 절반씩 부담해 내년부터 무상급식을 중학교 1학년까지 확대하기로 하고 예산안을 편성했다.
하지만 교육위는 중학교 무상급식이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될 경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오는 12일 예결위 심의를 앞두고 있으나 삭감 예산이 부활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해 사실상 중학교 무상급식 시행은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과 기초단체간 50대 50 매칭사업이라 기초단체 예산만으로 추진하기엔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중학교 무상급식은 애초 인천시가 40%, 교육청과 군·구가 각 30%씩 예산을 분담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시는 재정난을 이유로 지원을 거부했다. 기초단체들의 사정도 비슷해 10개 군·구 중 남동구 등 4곳만이 중학교 무상급식에 동참하게 됐다.
이들 4개 군·구는 인천에서 저소득층 비율이 가장 높거나 농어촌지역으로 우선 중학교 1학년부터라도 무상급식을 시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시의회에서 발목이 잡히면서 이마저도 추진이 어렵게 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전국에서 인천과 대전만 중학교 무상급식을 못하고 있어 내년에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일부 원도심 지역에서라도 우선 시행하려고 했다”며 “시의회가 지역내 형평성 문제로 접근할 게 아니라, 열악한 재정여건에서도 무상급식에 의지를 갖고 추진하려는 지자체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학교 무상급식은 이청연 교육감의 대표 공약사업이다. 이 교육감은 “중학교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무상급식이 아니라 ‘의무 급식’이라고 해야 한다”며 “인천에서 중학교 무상급식을 못하는 것은 300만 인구 도시의 위상에도 걸맞지 않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선 이번 시의회 예산 삭감이 ‘여대야소’의 구도속에서 진보교육감의 대표 정책에 발목을 잡으려는 것 아니냐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인천학교급식시민모임’은 “인천지역 전체 학생이 함께 무상급식이 되면 좋겠지만 전체가 안될 때는 가능한 부분부터 확대해야 한다”며 “(시의회가)형평성 운운하면서 중학교 1학년 무상급식을 파탄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예산 삭감을 주도했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에 정치 논리를 개입해 훼방놓지 말라”며 “예결위원회에서 관련 예산이 부활될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인천시당도 성명을 통해 교육위 소속 새누리당 시의원들을 규탄했다.
시당은 “시의회의 이번 결정은 인천시민이 원하는 교육정책을 시의원들이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라며 “전국 수준에 못 미치는 교육환경과 무상급식 수준을 조금이라도 만회하려면 여·야를 떠나 오로지 시민 입장에서 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예산을 편성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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