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선동부 vs 조직지도부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지난 한주 동안 북한 소식 가운데 큰 관심을 모은 것 중의 하나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의 직책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을 꼽을 수 있다. 김여정은 노동당 부부장(한국의 차관급에 해당)으로 처음으로 확인됐지만 그 소속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7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4·26만화영화촬영소를 방문했다고 보도하며 수행자에 포함된 김여정을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으로 호명했다. 북한 매체가 김여정의 직책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날자 노동신문도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을 '당중앙위원회 부부장'으로 소개했다.
그렇지만 김여정이 당내 어느 부서에서 일하는지 두 매체는 밝히지 않았다.
◆김여정 선전선동부 소속?=일부 언론과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촬영소 방문 수행자들이 김기남 당 선전담당 비서, 리재일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등이어서 선전선동부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선전선동부는 최고 지도자에 대한 우상화, 체제 선전, 주민에 대한 사상교육을 담당하는 노동당의 핵심 부서다.
북한 매체는 김 제1위원장의 수행자를 김기남, 리재일, 김여정, 김의순 당 부부장 순으로 호명했다.
김기남은 노동당 선전담당 비서이고, 리재일 제1부부장도 선전선동부 소속이다. 김의순 부부장은 소속 부서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 김여정 부부장의 소속 부서도 당 선전선동부가 아니겠느냐는 추론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김 부부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당 활동의 시작을 선전선동부에서 했다"면서 "여러 정황상 선전선동부 소속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추정했다.
◆김여정은 '조직지도부'소속?=김여정이 북한 매체에 처음 등장한 지난 3월 그가 김경옥 제1부부장 등 조직지도부 인사들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동행한 점으로 미뤄 조직지도부 소속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수석연구위원도 그런 전문가 중의 한 사람이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김의순의 약력을 보면 건설성 부상(차관급)과 국가검열성 상(장관급) 등 주로 건설과 검열 분야에서 뼈가 굵은 인물이기 때문에 선전선동부 부부장일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에서 일부 보도처럼 김여정이 선전선동 계통의 간부들하고만 동행했다고 보기 어렵고, 김기남과 리재일이 김여정과 동행했다고 해서 그가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맡고 있을 것이라고 단정하거나 추정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정 수석연구위원은 강조했다.
그는 특히 김여정의 이름이 북한 매체에 공식적으로 처음 등장한 지난 3월 9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보면 김정은, 김여정과 함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동행한 인물들은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의 김경옥 제1부부장, 황병서 부부장 등 모두 조직 관련 인물들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지난 5월 공군 지휘관 전투비행기술 경기대회 시상식에서 김정은 바로 뒤에서 김여정이 메달을 들고 서 있는 사진이 있는데
메달이나 표창을 주는 것은 북한의 엘리트 인사에 관여하는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의 고유 업무이지 선전선동부 업무가 아니라고 정 수석연구위원은 주장했다.
그는 또 2013년 말 북한 '인민군 수산부문의 모범적인 일군들과 선장, 어로공들에 대한 당 및 국가 표창 수여식'에서 김정은이 표창을 수여할 때 김정은 바로 뒤에서 표창을 전달한 인물들도 다름 아닌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의 김경옥 제1부부장과 황병서 부부장이었다는 점도 덧붙였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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