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삼성그룹이 한화그룹에 석유화학ㆍ방위산업 계열 4개사를 패키지로 전격 넘긴다.
대금은 1조9000억여원에 달한다. 삼성이 주요 계열사를 한꺼번에 넘기는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한화그룹은 자산총액기준 재계 순위가 10위에서 9위로 한 단계 오르게 된다.
26일 삼성과 한화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삼성테크윈 지분 32.4%(삼성전자 25.46%ㆍ삼성물산 4.28%ㆍ삼성증권 1.95% 등)와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자사주 제외) 등을 한화그룹 측에 1조9000억원에 넘기는 주식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각각의 합작 자회사인 삼성탈레스, 삼성토탈도 동시에 양도된다.
다만 삼성종합화학의 최대주주(38.4%)인 삼성물산은 18.5%의 지분을 남겨 한화그룹과 화학 분야에 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측이 보유한 삼성테크윈의 지분 전량인 32.4%를 ㈜한화가 8400억원에 인수하며,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57.6%(자사주 제외)는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가 공동으로 1조600억원에 인수한다. 옵션으로 추후 경영성과에 따라 1000억원을 추가 지급할 수 있다도 명시했다.
이번 매각은 내년 1~2월 실사와 기업결합 등 제반 승인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1조9000억원에 달하는 대금 상환은 당장 거액을 마련하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는 한화의 사정을 고려해 삼성그룹 측이 분할 상환받기로 했다.
삼성테크윈 거래대금의 경우 2년, 삼성종합화학은 3년으로 정해졌다. 삼성은 비주력 사업부분을 정리, 신사업에 주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각 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민하는 가운데 화학 업종을 매각하는 게 좋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한화 역시 화학사업 확대 의지가 커 새롭게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 가는 게 좋겠다는 데 의견이 일치해 매각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를 통해 2013년 기준 방위사업 부문 매출이 1조원 규모에서 2조6000억원으로 증가해 국내 방위사업 분야 1위로 도약하게 된다. 또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인수를 통해 석유화학사업 부문 매출 규모가 18조원에 달해 석유화학산업에서도 국내 1위의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한화 관계자는 "이번 M&A(인수합병)를 통해 지난 60여년 한화그룹의 역사 동안 줄곧 그룹 성장의 모태가 돼 온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의 위상을 국내 최대 규모로 격상시켰다"며 "'선택과 집중' 전략에 기반한 중장기 사업구조 재편작업을 일단락했고, 주요 사업부문에서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확고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명진규ㆍ유인호 기자 sinryu007@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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