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배우 김부선씨의 국정감사 출석 등으로 아파트 난방비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중앙난방을 개별난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입찰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이른바 '김부선 아파트'로 불리는 성동구 옥수동 J아파트단지의 개별난방 전환 시공사 선정에서도 이런 의혹이 불거지는 등 아파트 관리 전반의 난맥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4일 J아파트는 개별난방 전환 시공사를 선정했다. 그런데 시공사 선정입찰 과정에서 공사와는 무관한 내용을 입찰참가 자격에 집어넣어 과잉제한이라며 관련 업체들이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발표한 입찰공고문을 보면 '2013년 1년간 급수공사 전면교체 2건 이상'이라는 참가자격이 제시돼 있다. 그런데 이번 공사는 '개별난방 및 급수방식전환공사'로 '급수공사 전면교체' 공사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다. 또 '입찰(제출) 서류' 부분에는 '토목ㆍ철거(비계) 본공사 관련분야 자격증 사본'이 제시돼 있는데 이 역시 이번 공사와 관계가 없는 자격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과잉자격 제한을 둬서 특정업체를 선정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 따라 제한경쟁입찰의 경우 사업내용과 전혀 무관한 실적을 요구해 제한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수사가 진행될 경우 특정 업무를 제한하거나 우대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사업 자체를 가처분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 아파트 개별난방 전환공사 입찰에 참여한 업체 중 한 곳은 서울 동작구의 W아파트 개별난방 전환공사 입찰과정에서 입주자대표회의에 뒷돈을 전달한 정황이 드러나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회사는 경기도 수원과 경남 진주 등지의 아파트 개별난방 전환공사에서도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 등과 함께 담합공모를 한 정황이 밝혀져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특히 진주의 아파트 관리소장은 낙찰받은 업체 대표로부터 아파트 비품 구입비 명목 등으로 돈을 받아 개인용도로 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송주열 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 대표는 "입주자 대부분이 아파트 관리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 보니 소수의 입주자대표와 관리소장이 비리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고 관리비만 12조원이 넘는다"며 "아파트 관리 문제에 대해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옥수동 J아파트는 최근 김부선씨가 다수 주민들의 난방비 조작 문제를 제기한 데다 폭행사건까지 겹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난방비 조작이나 오류가 빈번한 중앙난방 방식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개별난방 전환에 나섰다. 국토교통부가 전국 아파트 471개단지 32만여가구에 대한 난방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4200여가구가 난방을 하고도 난방비는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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