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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김부선 아파트' 막자"…난방전환 곳곳서 갈등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1초

"재건축까지 기다리자" vs "하루빨리 바꿔야" … 지역·개별난방 전환 둘러싸고 의견차


"제2의 '김부선 아파트' 막자"…난방전환 곳곳서 갈등 ▲중앙난방 방식인 아파트 단지들이 속속 개별난방 전환에 나서면서 주민들간 찬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김부선 난방비' 사건으로 논란이 된 옥수동 H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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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5년만 기다리면 재건축할 수 있는데 서두를 필요 있나.”


“차라리 리모델링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개별난방이든 지역난방이든 빨리 결정해서 바꿨으면 좋겠다.”


광명의 한 주공아파트 단지에서는 난방방식 변경 문제를 두고 몇 년째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재건축 규제 완화와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으로 인해 재건축·리모델링 주장까지 가세하며 주민들의 고민이 더 깊어졌다.


올해로 지은 지 25년째인 이 아파트 단지는 중앙난방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중앙난방 방식은 각자 쓰는 만큼 요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총합을 가구 수로 나눠 부담한다. 많이 쓰거나 적게 쓰거나 같은 금액이 나오는 통에 헤프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연료비도 많이 든다.


이런 이유로 현재 전국에서는 중앙난방 방식을 사용하는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속속 난방방식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난방이 비효율적인 방식이라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이를 지역난방으로 바꿀 것인지 개별난방으로 바꿀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파트 단지마다 그리고 주민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민감한 비용 분담 문제가 걸려 있고 아파트 이미지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 지역난방을 택한 단지들의 집값이 개별난방을 택한 단지들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난방방식 변경을 추진했다가 슬그머니 취소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정부가 9·1대책을 통해 재건축 가능 연한을 준공 후 4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키로 하면서 난방방식 개선 논란은 더 미궁 속에 빠져들었다. 개별난방이나 지역난방으로 변경을 추진하던 기존 단지들에서도 아예 재건축을 추진하는 게 낫겠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서다.


준공한 지 25년이 지난 H아파트 주민 박선미(43·여)씨는 “5년만 있으면 재건축이 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며 “이왕이면 재건축을 해서 새집에서 사는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의 P아파트 단지 역시 난방방식 변경을 두고 최근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주장하는 소유주들과 난방방식 변경만을 원하는 실거주자들 간에 다툼이 벌어졌다.


P아파트의 입주자대표 최모씨는 “최근 현재 중앙난방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두고 주민총회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소유주들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더 드는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주장하고 나섰다”며 “실거주자들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불편한 난방방식을 바꾸는 게 목적인데 자꾸 소유주들이 집값 얘기를 거론하니 감정이 격해졌다”고 설명했다.


난방방식 변경에 성공한 아파트 단지들에서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온갖 잡음과 다툼이 적지 않다. 지난해 중앙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변경을 완료한 경기도의 S아파트 단지 주민 김모씨(55·여)는 “난방방식 변경을 다시 하라고 하면 다들 몸서리를 칠 것”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개별난방이냐 지역난방이냐를 두고 주민들 간에 주먹다짐까지 일어난 것도 모자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소장이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며 “그저 난방비 좀 아끼자고 하는 것이 이렇게 큰일인지는 몰랐다”고 한숨을 쉬었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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