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 10월 한국인 관광객 121~199% 늘어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 직장인 강숙영(27ㆍ여)씨는 지난 10월 초 일본여행을 다녀왔다. 일본여행을 원래 좋아하기도 했지만, 엔저현상으로 인해 주머니 사정이 편안해 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강씨는 "엔저 현상이 계속되다보니 아무래도 숙소를 결정하거나 먹거리를 고를 때 좀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엔저 현상이 계속되면 다시 한 번 일본 여행을 계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의 엔(yen)화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일본행을 택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5일 여행업체 하나투어에 따르면 올해 예약을 통해 10월 일본여행에 나선 한국인 관광객들은 4만2000여명 수준으로 작년 대비 121.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방문객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관광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 9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총 21만7700명으로 전년 동기(16만4499명) 대비 32.3%가량의 신장률(伸長率)을 나타냈다. 다른 여행업체인 모두투어의 일본 송출객도 같은 기간 120%가량 성장했고, 인터파크투어의 일본 관광 수요도 199%까지 증가했다.
이 같은 한국인 관광객들의 일본행을 견인한 것은 무엇보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엔저' 현상 이다. 3년 전인 2011년 100엔당 1400~1500원 수준에 달했던 엔화는 올해 초부터 급락을 거듭해 8월에는 1000원 선이 무너졌고, 급기야 4일에는 6년 만의 최저치인 948.57원까지 내려왔다. 그간 일본여행을 방해하던 가격의 장벽이 다소 걷힌 셈이다.
10월1일부터 일본정부가 개정한 '외국인 면세제도' 역시 이같은 관광객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는 가전제품ㆍ의류ㆍ가방과 같은 일반물품에 대해서만 면세했던 것을 확대해 식품ㆍ음료ㆍ약품ㆍ화장품 등 소모품에 대해서도 면세조치를 적용했다. 또한 면세액 범위도 동일 점포에서 1일 1만엔 이상에서 5000엔~50만엔으로 범위가 사실상 확대됐다.
일본행 관광객들의 목적지로는 한반도와 가깝고 비교적 여행경비가 저렴한 규슈(九州)지역이 꼽혔다. 그러나 지난해 대비 증가폭으로만 보면 오사카(大板), 오키나와(沖繩), 홋카이도(北海道)등 비교적 먼 거리에 있는 여행지들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투어의 한 관계자는 "엔저현상으로 항공요금이 저렴해지고, 현지에서 쓰는 모든 비용들이 낮아지면서 자유여행을 선택하는 고객들이 큰 폭으로 늘었고, 11월 예약인원도 2만7000여명에 달해 작년 대비 95%가량 증가했다"며 "이 같은 추세에 맞게 현지 일일버스투어ㆍ각종 입장권 등 현지 투어상품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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