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수요서 제네시스 이은 '연타석 홈런' 칠지 관심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현대자동차가 이달 말 출시하는 준대형 세단 아슬란을 앞세워 법인차량 수요가 몰리는 연말·연초 시장에서 지난해 신형 제네시스에 이은 '연타석 홈런'을 칠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6일 시작한 아슬란의 사전계약물량은 지난주까지 1900여대에 달한다. 영업일 기준으로 하루 200대 이상 팔린 셈이다. 아슬란은 같은 회사 그랜저와 제네시스 중간급의 전륜구동 모델로 최근 수입차가 득세하고 있는 국내 고급차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차다.
현대차가 연말을 앞두고 아슬란을 출시하는 것은 지난해 11월 출시된 신형 제네시스에 대기업 임원 수요가 몰리면서 판매량이 늘어난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신형 제네시스는 지난해 출시된 후 바로 다음달인 12월 1100대 팔린데 이어 올해 1ㆍ2월에는 각각 3644대, 4034대가 팔렸다.
신형 제네시스는 지난해 사전계약 첫날 3500대, 나흘 만에 5200대가 팔렸다. 당시 초기 물량 1만대 고객을 분석한 결과 법인이나 리스ㆍ렌트로 팔린 차량의 비중은 58.5%로 기존 1세대 모델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삼성이나 LG, CJ, SK 등 주요 대기업 임원차량으로 계약된 게 많았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와 함께 대기업 임원용 차로 많이 쓰이는 그랜저 역시 연말ㆍ연초 수요가 몰리는 대표차종으로 꼽힌다. 그랜저는 지난해 12월 7694대, 올해 1ㆍ2월엔 각각 8134대, 7496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신차효과를 감안하더라도 그랜저의 월 평균 판매량이 7000대에 못 미치는 점과 견줘보면 평소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아슬란의 경우 이런 특성을 감안, 배기량 등을 주요 그룹 신임임원의 차량 선택 기준에 맞췄다. 통상 국내 대기업을 기준으로 보면 새로 임원진에 합류하는 상무급 승진자는 현대차 그랜저급을 업무용차로 지급받는다. 은행 등 금융권은 본부장급 임원부터 차를 지원해 준다.
삼성은 신임 상무급 임원에게 배기량 3000㏄ 이하 차종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통상 그랜저를 택하는 비율이 높고 기아차 K7, 르노삼성 SM7 등도 후보군이다.
아슬란의 경우 3000㏄급 차량이 출시되는 만큼 새로 '별'을 단 임원이 고를 여지가 충분하다. 나아가 전무급까지 고려하면 한 등급 위인 3300㏄급 모델로 수요를 충당할 수 있어 대기업 승진시기인 연말ㆍ연초 수요가 몰릴 것으로 관측된다.
대기업 임원이 타는 차라는 입소문은 그 자체로 나쁘지 않은 후광효과다. 그러나 실제 아슬란이 신규 임원이 쓸 법인차 구매로 상당수 물량이 빠진다면 자사 다른 차량에 대한 판매간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랜저나 제네시스를 사려고 했던 사람이 아슬란을 사는 경우다. 이는 임원용 업무차량의 경우 그간 그랜저ㆍ제네시스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에 출시된 신형 제네시스보다 시기가 좀 앞당겨진 탓에 사전계약물량은 신형 제네시스에 비해 떨어진다"며 "하지만 아슬란에 대한 시장의 반응 역시 뜨거워 본격 출시 이후 기업 고객물량을 시작으로 주문이 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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