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 높여
'척하면 척' 발언 파장에는 불편한 기색
[워싱턴(미국)=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거시경제정책의 키를 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현 경제상황에 대한 서로의 인식에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금리인하를 둘러싸고 묘한 입장차를 보였던 두 수장이 이 같이 입을 모으며 오는 15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최 부총리는 11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와 한은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 큰 틀에서 차이가 없다고 본다"며 "결정이나 판단은 다르게 할 수 있지만, 우리 경제 회복세가 생각보다 미약하다는 상황 인식에는 다 동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와 나란히 워싱턴을 찾은 이 총재 역시 지난 10일 "정부와 경제 시각차는 거의 없다"며 "소비 심리는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기업 심리는 아직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 시각 차이가 없는데 방점을 찍는 것이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경기 회복을 위해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입장과 이 총재의 생각이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단 이 총재는 "금리가 많이 낮아지면 자본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며 과도한 인하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표했다. 이 총재는 "부총리가 (금리 인하 시 자본유출 가능성이) 없다고 한 것도 '현재로서는, 한번 정도 내리면 괜찮은 데' 라는 걸 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현재 2.25%인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한 연구소에서 명목하한 금리를 1.75%로 주장했지만, 어디까지 갈 수 있다고 했을 때 거기까지 너무 가까이 가는 건 좋지 않다"며 "너무 과감하게 경제정책을 하는 데서 피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은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 가계부채가 일년간 0.24%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힌 바 있다.
최 부총리와 이 총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한은 중립성 논란을 부른 '척하면 척' 발언에 대해서는 나란히 곤혹스러움을 드러냈다. 이번 워싱턴 회의 기간 두 수장은 이를 의식한 듯 별도의 만남을 갖지 않았다.
이 총재는 "어떤 의도를 갖고 말한 게 아닌데 파장이 이렇게 가는 것을 보고 부총리도 기재부와 중앙은행 관계는 조금 미묘한 게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아셨을 것"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최 부총리와) 지금은 (따로) 만날 때가 아니다. 때가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최 부총리 역시 "이주열 총재와 호주에서 같은 호텔, 같은 층에 있어 일 끝나고 여러 사람이 와인을 한잔 한 것뿐"이라며 "이번에는 따로 안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 총재도 (국감에서) 이렇게 말하면 되지 않았냐"고 해명 과정에서 파장이 커진데 대한 서운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달 최 부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호주 케언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총재와 와인을 한잔 했다고 소개하며 "금리의 '금'자 얘기도 안 했지만 '척하면 척'"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국감에서 한은 중립성 논란이 제기됐고 이 총재는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인사의 발언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한은의 독립성은 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사실상 최 부총리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최근 이 총재가 "성장률을 높이려면 무엇보다도 경제 구조개혁이 중요하다"며 공식석상에서 연이어 구조개혁에 대해 발언하는 것도 최 부총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기재부가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확장적 재정 편성과 금리 인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최 부총리에게 구조개혁에 중점을 두라고 주문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워싱턴(미국)=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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