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시행 일주일, 소비자와 판매자들 불만 폭주
낮은 보조금이 주요 쟁점…분리공시 제외로 예고된 우려 현실로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은 첫 단추를 잘못 뀄다. 분리공시를 원안에 넣지 않고 시행령으로 추가한 것이 이같은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
휴대전화 유통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단통법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단통법 시행 이전 대비 형편없이 낮아진 보조금에 소비자들의 원성은 자자하고 휴대폰 판매자들도 문을 닫을 판이라며 성토하고 있다.
현재 이통시장의 대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단통법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단통법은 이동통신사들의 과열된 보조금 경쟁을 없애도 투명한 지급구조를 만들어 통신비 경감하자는 취지에 도입됐다. 시작은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에서 출발했다. 조 의원은 2013년 5월 단통법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을 비롯해 이통사, 제조사 등 이해당사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오랜 진통끝에 1년여 만에 지난 5월2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와 관련 야당 한 관계자는 "단통법이 이통시장을 죽이는 법이 될 것이라고 반대했지만 방송법 등 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양측의 계산에 의해 통과된 것"이라며 "태생부터 과정까지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법 제정 이후 방통위는 지난 7월9일 단통법 시행에 필요한 고시안을 마련했다. 고시안에 따르면 단말기 지원금 상한액은 25만~35만원에서 방통위가 결정하고 상한액은 6개월마다 조정할 수 있다. 이통사는 지원금, 판매가 등의 정보를 최소 7일 이상 변경 없이 유지해야 하며 대리점과 판매점은 이통사 공시금액의 15% 범위 내에서 추가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에서 방통위는 단말기 제조사와 이통사 간 보조금을 분리해 공시하는 방안은 추가 검토 후 결정하기로 했다. 이후 한달 뒤인 8월8일 방통위는 단통법 세부 고시를 최종 확정하면서 분리공시를 포함했다. 이에 따라 단통법이 시행되는 10월부터는 제조사와 이통사가 각각 지급하는 보조금이 단말기, 요금제 별로 최소 1주일 단위로 공시되도록 했다.
하지만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단통법의 분리공시를 제외하기로 결정했고 방통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결국 핵심조항이 빠진 채 시행된 단통법은 시작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이통사들이 낮은 보조금을 공시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한 보조금 상한선은 30만원, 유통점의 15% 추가지원까지 합치면 34만5000원인데 이통 3사의 최신폰에 대한 보조금을 10만원 초반 수준에 불과했다. 법 시행 전날 최대 60만원까지 보조금이 실렸던 것과 비교하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보조금을 더 받으려면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거나 묶여 놨던 약정 기간내 해지하면 위약금까지 부과되는 등 부정적인 여론은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체감적으로 비싼 휴대폰을 구입해야하는 소비자는 물론 매출이 급감한 유통점들까지 원성이 폭주하고 있다. 유통점 한 관계자는 "단통법이 시작된 이후 시장은 완전히 죽었다"며 "시행 전날 하루 100여명씩 쏟아지던 고객이 10월1일 이후에는 10명도 안될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단통법 고시가 제대로 확정되지 않고 후속 작업도 차질을 빚으면서 어느 정도 논란은 예상했지만 여론이 너무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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