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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푸어, 집 팔고 땅을 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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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세 회복에 재고주택 거래 활발
급한 마음에 손해 감수하고 매도
1~2주 사이에 시세 5000만원 차이


하우스푸어, 집 팔고 땅을 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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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아이고, 내 그리 팔려고 몇 년을 고생했는데 막상 팔고 나니 이젠 또 뭘로 노후를 대비하나 걱정이네. 여기 시골도 여기저기 개발이다 뭐다 난리여서 투자인지 투기인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용인 수지구 풍덕천동에 사는 B(여·61)씨는 지난달 십여 년을 살았던 60평대(214㎡) 아파트를 결국 팔았다. 2002년 입주 당시 분양가가 3억7000만원이었던 이 아파트는 2006년 한때 9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잘 나가는 대기업 임원이었던 B씨의 남편이 조기에 은퇴하고 설상가상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골칫거리가 돼 버렸다. 은행 대출이자도 버거운 판에 대형평형 관리비며 난방비며 꼬박꼬박 지출해야 하는 돈이 만만치 않았다. 궁여지책으로 방 두 칸을 외국을 오가며 지내는 지인에게 전세처럼 내주기도 했지만 B씨의 바람은 그저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집을 처분하고 싶을 뿐이었다.


수년째 팔려고 애를 써도 사겠다는 사람 하나 없던 아파트는 ‘9·1부동산대책’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 단지 내 급매물로 나온 집들이 하나둘 팔렸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B씨의 집 역시 한번 보러 오겠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추석 명절 직후 집을 구경하러 온 매수자가 곧바로 계약을 서둘렀고 B씨는 얼떨결에 5억7000만원짜리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경남의 한 소도시가 고향인 B씨는 남편과 이곳으로 내려가 노후를 보낼 생각이다. 부부가 살 작은 집 하나를 사고 남은 여윳돈으로 인근 상가를 매입해 월세를 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되살아난 부동산 불씨는 B씨보다 먼저 빨리 고향까지 번져 있었다.


B씨는 “이 시골에서도 24평 새 아파트가 1억5000만원으로 올라 있다”며 “인근 다가구 주택지마저 우후죽순 붐이 일고 있어 목돈을 넣어도 되는지, 월세 수요는 꾸준히 있을지 가늠이 안 된다”고 털어놨다.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에 힘입어 장기간 매물 리스트에 올라 있던 재고주택들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일명 ‘하우스푸어’ 신세로 속앓이를 하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누군가는 또 그 집을 샀다는 얘기다.


지금 매매가격보다 앞으로 더 오른다면 집을 판 사람은 속이 쓰릴 테고 가격이 떨어진다면 집을 산 사람들이 다시 고민에 빠질 것이다.


건설회사 임원까지 지낸 K씨의 경우가 딱 그렇다. 그는 9·1대책 전후로 용인에 투자한 아파트 두 채를 모두 팔았다. 6년 전 신봉동에 5억2000만원을 주고 산 집은 지난달 하순 4억8000만원에 팔았다. 매입가격보다 4000만원이나 낮았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분양 당시 ‘용인의 부촌’으로 불렸던 이곳은 수년간 ‘미분양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쓰며 그야말로 거래 자체가 끊어졌었다. K씨는 “단순히 4000만원 손해지만 그동안 나간 이자비용에 집 팔려고 오며 가며 속을 태운 걸 생각하면 얼마가 손해인지 계산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오히려 후회하는 건 8월 말에 판 동백의 아파트다. 비슷한 시기에 3억2000만원을 주고 분양받은 이 아파트 역시 한때 7억5000만원까지 올랐지만 끝내 3억9000만원을 받고 팔았다. 안타깝게도 이 집을 팔자마다 9·1대책이 발표되더니 2주 만에 같은 아파트가 K씨 눈앞에서 4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K씨는 “며칠만 더 참았으면 됐을 걸 무려 5000만원을 손해봤다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제 와 후회하면 뭐하나 마음을 다잡으려 애쓰고 있지만 뉴스에서 부동산 얘기가 나올 때마다 가슴을 친다”고 털어놨다.


공무원 C씨도 9·1대책 발표 이후 딱 보름 만에 15년 넘게 보유했던 상계동 낡은 아파트를 팔았다. 외환위기가 터지기 직전 매입한 이 아파트는 C씨가 이사하자마자 폭락에 폭락을 거듭했었다. 그래도 그 사이 두 아이들 교육을 무사히 마치고 나중에는 전세를 놓은 채 바로 인근 지역에 전세를 살고 있는 중이었다.


C씨는 “더 이상 아파트 가격이 오를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집을 판 게 하나도 아쉽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아파트를 구입한 노부부가 실거주 목적으로 들어오신다 했으니 그저 편안히 사셨으면 좋겠지만 마음 한켠이 어째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아이러니하게도 C씨는 언제 다시 집을 살까 고민 중이다. “아이들 학교 문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이제 정말 살기 좋은 동네를 찾아야겠는데 그래도 서울 어딘가에 집을 구해야 하니 결국 또 아파트로 가야겠지요.”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시장에서 마주하는 이 같은 갈등을 ‘심리적 편향’이라고 설명했다. 분위기에 휩쓸려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는 군중심리, 그리고 우리 사회가 집의 '가치' 보다 ‘가격’에 노예가 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박 위원은 “막상 집을 팔 때가 되면 나중에 후회할까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산 사람은 잘 산 건지 확인하고 싶어 자꾸 주변에 물어보는 것 모두 불안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집을 안식처가 아니라 투자해 수익을 거두는 수단으로 보면서 생겨난 우리사회의 병폐”라며 “부동산시장의 체질이 달라지는 만큼 시장 참여자들의 안목도 확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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