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중에 '하늘거리다'라는 말보다 아름다운 건 드물 것이다. 땅이나 구름이나 별이나 사람이나 짐승이나, '거리다'를 붙일 수 있는 건 없다. 땅거리다, 구름거리다, 별거리다, 사람거리다, 짐승거리다? 하지만 '하늘거리다'는 있다. 하늘거리는 것은 무엇인가 가벼운 것이 하늘과 땅 사이를 미세하고 부드럽게 오가며 움직이고 있는 것을 말한다. 그 동작을 하늘하늘이라고 표현한다. 이 말만 들어도 엔돌핀이 솟는다.
하늘에 대한 인간의 오랜 그리움과 애틋함, 그리고 절절함이 이만큼 돋아나는 표현이 어디 있으랴? 하늘거리는 털오라기 하나,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꽃잎 하나, 하늘거리는 곱고 아름다운 여인 하나.
하느님과 하나님이 같은 것이다, 혹은 아니다 하는 논란이 있지만, 하늘과 하나는 사실 우리가 만나는 '거대한 하나'에 대한 깊은 인상을 품고 있다. 케익처럼 자를 수도 없고 방에 가둬 두서너개로 만들 수 없는, 그저 온통 하나로 된 그 하나를 하느님이라 하든 하나님이라 하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러, 인간을 더욱 맑고 슬프게 한다. 맑은 하늘 아래 서면 가만히 있어도 숨쉬는 것이 죄짓는 것만 같다. 앙불괴어천이라는 말을 생각해냈던 옛사람들은 그런 기분을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늘 아래 하늘거리는 인간의 생을 환기시키는, 가을 어느 멋진 날에, 햇살에 타버린 나뭇잎들의 하늘거림을 보노라면, 그보다 곱게 살아가지 못하는 존재가 괜히 죄스럽기도 한 것이다. 여하튼 징하게도 맑고 고운 하늘을 만난 날, 그 기운 받아 한 며칠은 고이 살자는 다짐을 가만히 담는다.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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