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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달맞이꽃에 관하여(169)

시계아이콘01분 12초 소요

1. 풀이라 부르기엔 너무
우뚝 자라있는 줄기
잎겨드랑이에 작은 꽃잎을 내는
너는 평생 내세우지 못하는 마음인가
꽃잎을 한껏 밀어올려
사랑을 붙잡아야 할 짧은 꽃시절
이리도 내숭이냐
부끄러이 고개 숙였다


강원도로 가는 기차 창밖에 달맞이꽃
밤을 기다리며 꽃잎을 닫고 있었다
눈을 감은 여인처럼 고요한 얼굴
아니 눈 닫힌 꽃잎 속에
천만 가지 두려운 생각들
가만히 당신 생각이 났다


2. 해바라기는 해바라기인데
달맞이는 왜 달바라기가 되지 못했는가
달을 기다리며 설렌 그 마음만
이름에 담고
눈을 들어 한껏 달을 보는
그 마음은 숨겨버렸구나
바라보는 마음보다
바라보기 전의 마음이 더 애절하고
서럽지 않던가


달이 뜨지 않는 밤에도
너는 환하게 피어 달빛을 비추는데
어찌하여 너는 달맞이냐
누군가 너를 노을꽃이라고 부르는 걸 들었다
달빛을 받아 피는 꽃이 아니라
저녁해를 받아 피어나는 꽃
영원히 서로 포옹하지 못하는
해와 달 사이를 오가며
사랑의 화분(花粉)을 전하는
너는 꽃이 아니라
하늘나라 나비같은 것이 아니더냐

노을이 곱게 꺼져가며 전한
빛의 가루 몇 점을
노랑 꽃잎에 담아
캄캄한 숲에서 몰래 숨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달이 뜨기만을 기다렸다가
천공(天空)에 사무치던 등불이 걸리면
제 온몸으로 지킨 빛을 내던져
그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느냐고
나즉한 소리로 외치는
아름다운 엽서 한장이 아니더냐


너는 달의 영광에 곁빛 쬐어
사랑을 구가하지 않았다
오직 작은 풀몸 안에
노을빛을 키우고 돋워 흔들리는
괴로움을 참으며 심지를 돋웠다
부끄럽고 고마워 온몸이 노랗게 달아오른
첫날밤 달맞이만큼
달을 사랑한 이 있으면
어디 그 빛을 내놔보라



3. 꽃이 일부일처제일 리 없지만
꽃에게도 순정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은 있으리


너의 첫사랑은 노을
네가 다시 맞이한 사랑은 달빛
너를 바람둥이라 하랴
간절한 사랑은 모두 첫사랑이라고
너를 위로하랴


헤어짐을 맛본 이의 사랑은
두렵고 고맙고 미안한 달맞이같은 것이다
첫사랑을 접은 가슴에 들인
환한 달빛이
두렵고 고맙고 미안한
천상과부에게
홀로 타오르는 빛을 주었던가


천둥치는 사랑 캄캄한 사랑
네 빛으로 견뎌내려무나
다시 시작하는 이의 사랑은
햇빛 절반 달빛 절반
저 들썩이는 작은 가슴에 숨긴
달맞이같은 것이다



4. 작은 꽃 하나를 밀어올리는 일에도 뜻이 있고 꿈이 있습니다. 신열 앓듯 오래 그리워한 뒤에야 한 송이가 피어납니다.



5. 힘겨운 날 당신에게, 달맞이꽃 바라보며 편지를 씁니다. 가망없는 사랑인들 어떻겠습니까. 마음 깊은 심지에 불을 댕겨 스스로 타올라 한밤의 절망을 밝히는 일. 꽃은 그렇게 사랑합니다. 괴롭지 않다면 저리 꽃빛이 고울 리 있겠습니까. 이 날의 캄캄함이 우리가 함께 지닌 운명의 귀한 일부인 것을.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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