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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미로를 거닐다'…현대차 후원 '이불'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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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미로를 거닐다'…현대차 후원 '이불' 개인전 이불, '태양의 도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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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미로를 거닐다'…현대차 후원 '이불' 개인전 이불 작가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현대미술작가 이불(여·50)이 모처럼 국내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재작년 이후 홍콩, 파리, 룩셈부르크 등 줄곧 해외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어 온 그다. 현재도 영국과 뉴욕에서 개인전이 예정돼 있거나 진행 중이지만, 내년 5월 1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현대차시리즈:이불'展에선 작가의 신작들을 마주할 수 있어 특히 눈길을 끈다. 더욱이 지난달 5일 개막한 '광주비엔날레'에서는 25년 전 제작한 비디오 다큐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초기작과 최신작을 동시에 소개하는 덕분에 작가의 감회도 남다르다.


현대자동차가 올해부터 10년 동안 매년 1인의 중진작가를 지원하는 장기 전시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꼽힌 이불 작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진행해 온 '나의 거대서사' 시리즈의 연장선상으로, 대형 신작 '태양의 도시 ∥'와 '새벽의 노래 Ⅲ'를 두 개의 전시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2년 전 서울 아트선재센터와 도쿄 모리 미술관에서 보였던 작품들과 유사하지만, 풍기는 아우라와 규모면에서 더욱 커진 느낌이다.

'태양의 도시 ∥'는 길이 33m, 폭 18m, 높이 7m 규모 전시실의 벽면과 바닥 전체를 거울과 그 조각들을 이어 붙였다. 전시장 전체가 하나의 대형 작품이 된, 쪼개진 조각들이 깔린 '거울 미로'를 따라 조심스레 거닌다. 굴절과 반사로 거울 빛으로 아른거린다. 수많은 내가 보이고, 그런 내가 흐느적거린다. 한 구석에 설치된 전구들은 점멸을 반복하며 '태양의 도시'를 상징한다. 미지의 시간과 공간을 탐험한 듯, 관람객들은 자신의 내면과 상상의 세계로 들어서며 자아와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


'거울 미로를 거닐다'…현대차 후원 '이불' 개인전 이불, '새벽의 노래 Ⅲ'


또 다른 15m 높이를 지닌 전시실 천장에는 작품 '새벽의 노래 Ⅲ'가 매달려 있다. 새의 날개를 붙인 듯한 구조물 아래 뒤집어진 우산 형태의 물체에 전구가 빛을 내뿜고 있다. 작품 안에선 일정 시간 간격을 두고 연기가 뿜어져 이내 전시공간을 가득 채운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하얀 공간 위로 빛들이 반짝이다. 작가는 중세부터 16세기까지 유럽에서 유행했던 서정시에서 이뤄지지 못한 아름다운 사랑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차용한 새벽 이미지 '오바드(Aubade)'의 개념을 담았다.


무채색의 구조물, 거울 배경이 특징적인 이불의 '나의 거대서사' 시리즈는 지난 2005년부터 최근까지 대략 10점이 된다. 작품에는 '바위에 흐느끼다'(2005년), '사물의 달콤함을 경계하라'(2007년), '스턴바우'(2007년), '오바드'(2007년), '벙커'(2007년, 2012년), '천지'(2007년), '태양의 도시'(2013년) 등이 있다. 이전의 '몬스터', '리브 포에버', '사이보그', '환영' 등에서 최근 작품으로 이어져 온 이불의 작품은 강렬한 원색과 괴이한 형태감에서 색깔을 배제하고 몽환적이면서 정제된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작가에 따르면 작품은 '절망과 희망', '추락과 비상' 등을 상징하며 우리네 인생을 담고 있다. 좌절과 실패를 겪고 또다시 시도하는 일련의 과정인 삶을 형상화한 것이다. 작품에 대한 해석은 '관객의 몫'이라고 작가는 얘기한다. 이불 작가는 "작품들은 그동안 나 자신이 경험하고 추구한 것 중 하나하나의 에센스들을 담아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라면서도 "다만 관객들이 이를 이해하기 보단 경험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각자 나름의 인생에 비춰 느끼며, 작품과 사랑에 빠지길 바라는 게 작가로서의 소망"이라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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