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동아시아연구원 주최 '한반도 국제포럼'서 헬싱키프로세스 도입 제안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단순히 비핵화라는 관점에서 북한에 핵포기를 종용할 것이 아니라 냉전 체제 당시 미국과 동맹국이 일궈낸 헬싱키 프로세스와 같은 다자·다방면의 관여전략을 통한 전방위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싱크 탱크인 맨스필드 재단의 프랭크 자누지 대표는 2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통일부와 동아시아연구원의 공동주최한 2014년 한반도국제포럼에서 '변화하는 동아시아'라는 발제문을 통해 이같이 제안했다.
자누지 대표는 발제문에서 "냉전의 그림자가 현존하는 분단된 한반도에서야말로 미국, 일본, 한국, 중국과 러시아가 서로의 입장과 관계를 재정립함으로써 새로운 미래 동아시아 체제를 여는 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한반도 통일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 예측하기란 불가능하지만, 언젠가 한민족이 분단을 극복하고 하나의 국가로 거듭나게 될 것은 분명하다"면서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이어 미래 통일한국과 한반도의 운명은 결국 오늘날 남한의 국민들과 그들이 선출한 지도자들에 의해 최종으로 결정될 것이라면서도 북한 정권이 아직까지도 전근대적인 봉건체제를 유지하면서 엄청난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주도하는 통일한국 건설은 한민족 전체에 유익하다고 평가했다.
자누지 대표는 동아시아의 미래는 미국과 중국이 과연 얼마나 서로의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인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한반도 비핵화와 통일은 미중관계의 협력적 발전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첫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한반도 통일을 지극히 실용적인 관점에서 평가할 것이며, 통일 과정 속에서 베이징이 서울의 손을 들어주는 방향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중국 정부가 지지하는 6자회담이 종전(終戰)협상과 남북화해를 포괄한다는 점에서도 중국이 반도 통일을 지지할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자누지 대표는 특히 지난 30여 년 동안 미국과 동맹국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설득해 왔지만 그 결과는 실망스러웠다고 지적하고 이제는 단순히 비핵화라는 관점에서만 북한의 핵 포기를 종용할 것이 아니라 전방위 접근을 시도해야 할 시기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시도는 과거 냉전체제 당시 미국과 동맹국들이 함께 일궈낸 헬싱키 프로세스와 같은 다자적, 다방면적 관여(engagement)전략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헬싱키 프로세스에 입각한 관여전략은 6자회담을 강화시키는 형태로 발전시키되 그 핵심은 신뢰구축을 통한 오해불식, 오판방지이며 남북이 상호 협력 가능한 작은 이슈에서부터 출발, 신뢰를 늘려나감으로써 최종으로는 종전선언과 한반도 비핵화 달성이라는 큰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자적 관여전략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남한 진보진영으로부터 지지를 얻어내고 독일식 통일 모델이라는 점에서 보수진영으로부터도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누지 대표는 말했다.
자누지 대표는 다자적 관여전략에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북한이 원하는 경제 발전의 길이 핵개발과 군사적 긴장고조로 늘 가로막혀 왔음을 일깨워 줌으로써, 북한 스스로 신뢰, 평화, 공동번영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불을 밝혀줘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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