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정부가 해외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의료기기 분야에 국산제품을 육성하기 위해 5년간 150억원을 투자한다. 세계 시장 82조원 규모에 달하는 의료기기 분야에 국산 제품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한 병원과 기업간 산업화 연계 기술개발(R&BD)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15대 1의 경쟁을 거쳐 분당서울대병원과 고려대 안암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을 지정병원으로 지정하고, 병원당 연간 10억원씩 5년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방사선·비전리 진단치료기기, 안암병원은 생체현상측정기기, 서울성모병원은 체외진단용기기에 특화된 연구를 추진하게 된다.
특히 병원과 의료기기 생산기업이 함께 연구개발에 참여하며 추후 임상시험까지 협업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병원의 임상경험과 아이디어를 기업의 연구개발과 제조기술을 연계해 한국형 의료기기 성공사례를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병원은 지적재산권을 사업화해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가능하고 기업은 사업 성공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들 3개 분야는 해외 제품이 과점하고 있는 분야로 국산화가 시급한 분야로 알려져 있다. 방사선·비전리 진단기기는 CT와 엑스레이, MRI, PET 등 영상장비를 더한 의료장치로 국내 생산은 261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반면 세계 시장규모 197억달러 규모로 한화로 약 20조45000억원에 달한다.
생체현상측정기기는 내장기능과 호흡검사, 검안, 청력검사 등에 쓰이는 초음파영상진단장치와 시력측정기, 청력검사기 등으로 이뤄진다. 세계 시장규모는 129억달러, 한화로 13조1826억원에 달하지만 국내 생산은 6538억원에 그친다.
또 혈당측정기기와 유전자분석칩, 혈압계, 체액분리기 등 체외진단기기 시장은 464억달러(한화 48조1632억달러)에 달하며 국내 생산은 760억원에 불과하다.
그동안 일부 의료기기 기업은 개발단계에서 자문해 줄 병원이나 의사를 찾을 수 없어 독자 개발한 제품이 수요자의 요구와 맞지 않아 재개발을 해야 했다. 또 일부 의사도 임상현장에서 필요한 의료기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아도 시간이나 비용의 문제로 상품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박청원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노령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의료기기 산업은 미래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라며 "병원과 기업의 상시연계 연구개발 시스템 구축으로 한국형 의료기기 성공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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