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PC 교체 주기 3년→5년으로 늘려…종이컵 사용 자제 권고 등 비용 감축 및 정신 재무장 독려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강도 높은 비용 절감을 실시하는 삼성전자가 직원들에게 PC 교체 금지령을 내렸다. 3분기 실적이 2분기보다 더욱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마른 수건 짜기'식 비용 절감 노력을 진행 중인 것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직원들의 PC 교체 주기를 기존 3년에서 2년 늘어난 5년으로 변경했다. 업무상 PC 교체 필요성이 큰 일부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PC를 2년 더 사용해야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발생 당시에도 PC 교체 주기를 5년으로 늘리라는 지침을 내렸다가 경영 환경이 개선되자 다시 3년으로 완화한 적이 있다"며 "최근 실적이 악화되면서 비용 절감 차원에서 PC 교체 주기를 다시 5년으로 늘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또 종이컵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문구가 적힌 출력물을 사내 곳곳에 부착했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이 과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직원들에게 종이컵 사용 금지 지침까지 내린 적이 있다. 당시와는 달리 종이컵 사용 금지가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고 직원들에게 실적 악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비용 절감 대책을 꾸준히 실시하는 것은 최근 실적이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분기 영업이익이 2년 만에 7조원대로 떨어진 데 이어 3분기에는 5조원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캐시카우였던 스마트폰 사업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IT모바일(IM) 부문은 3분기 3조~3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2분기(4조4200억원) 대비 1조원 또는 그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2분기 2조100억원 감소한 데 이어 3분기에도 1조원가량 빠지는 셈이다.
이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삼성 미래전략실도 삼성전자를 포함해 각 계열사에 강도 높은 비용 절감 대책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실적 악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줄일 수 있는 모든 비용을 찾아 내 줄이고 위기 의식을 고취해 젊은 직원들의 정신 재무장을 독려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주요 계열사의 비용 절감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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