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럽다" VS "개장해도 될 것 같다"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그냥 견학 온 느낌이에요. 겉만 둘러봐서는 안전이나 교통 등의 대책을 제대로 알기는 역부족이고 실망스럽네요."
임시사용 승인 여부를 두고 논란을 빚어온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저층부 상업시설이 추석 연휴가 시작된 6일 오전 9시부터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롯데그룹은 지난 3일 임시사용 승인 허가권자인 서울시의 결정에 따라 이날부터 이달 16일까지 열흘간(추석 당일 제외) 상업시설에 판매상품 등을 진열하지 않은 채 프리오픈(pre openㆍ사전 개장)에 돌입했다.
저층부 상업시설은 백화점, 쇼핑몰, 영화관, 마트, 수족관 등이 들어설 예정인 11~12층 높이의 3개동이다.
이날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휴일인데도 시민 60여명은 오전 일찍부터 제2롯데월드 홍보관을 찾았다. 30~40대 부부와 함께 가족단위로 찾아온 시민들이 상당수였지만, 유독 할아버지 관람객도 많았다.
롯데그룹과 롯데건설, 롯데물산 등의 직원과 보안요원 등 100여명도 곳곳에 배치돼 견학온 시민들을 안내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안전사고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방송 카메라와 신문 기자 등 취재진도 시민들의 반응을 체크하기 바빴다.
◆시민 반응 엇갈려=홍보관에서 제2롯데월드 건설 과정 등을 담은 30여분 분량의 홍보 동영상을 시청하고 교통수요 관리방안 브리핑을 듣는 것으로 시작된 이날 견학은 애비뉴얼동, 시네마동, 아쿠아리움, 종합방재센터 등을 도는 1시30분짜리 코스로 진행됐다.
애비뉴얼동에 있는 샤넬, 까르띠에 등 명품 브랜드들을 비롯한 매장인테리어 공사는 이미 끝난 상태지만 상품이 진열돼 있지는 않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6층에 올라가 건물 외부를 서로 연결한 구름다리를 통해 시네마관으로 이동하자 마치 영화를 상영하는 것처럼 개장 준비는 끝나 있었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송파구 삼전동에서 왔다는 최경일(72) 씨는 "궁금해서 와 봤는데 직접 안에 들어와서보니 일반건물과는 확연히 다르다"며 "싱크홀은 지하철 공사가 원인이라고 밝혀진 만큼 속히 개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세곡동에서 남편, 아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한 최세연(39ㆍ가명) 씨는 "건물은 잘 지었다는 느낌이 들지만 안전이나 시설 등에 대한 설명이 너무 형식적이라 실망스럽다"며 "그냥 견학 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시네마동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 아쿠아리움에 들어서자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있는 수조에는 물만 채워져 있었다. 안내를 맡은 롯데물산 관계자는 "아직 개장승인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상품을 진열, 배치하거나 수족관에 어류 등을 채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쿠아리움 통로 천장에 마련된 수족관에는 어른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이미 방류돼 있었다.
◆잠깐 개방으로 안전ㆍ교통문제 알기는 역부족=대체로 시민들은 안전과 교통 문제에 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고, 또 부족할 수 밖에 없다는 반응이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알기도 어려울뿐더러 1시간 남짓 건물이나 매장만 둘러봐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일부에서는 시민개방은 '시설물 홍보를 위한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롯데 관계자가 교통수요 대책을 설명하며 "정식 개장을 하더라도 예약된 차가 아니면 주차를 할 수 없고, 예약을 하더라도 3시간 이상 주차는 안된다"며 "구매 고객에게도 무료 주차혜택이나 할인혜택은 없다"고 말하자, 한 할아버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시설물 견학 중간 롯데물산과 건설 직원들은 천장에 부착돼 있는 화재감지기나 폐쇄회로TV, 스프링쿨러 등을 가르키며 설명하기도 했다.
견학은 건물 지하에 있는 종합방재센터를 보는 것으로 끝났다. 종합방재센터에서는 매장에서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해 화재 수습과정을 시연하기도 했다.
견학이 끝난 후 롯데 측에서는 시민들에게 현장의 안전상태와 교통이나 전반적인 준비상태, 방재시설 시스템, 거주지 등을 묻는 짤막한 설문지를 돌렸고, 시민들은 제2롯데월드 모형을 조립할 수 있는 종이완구를 기념품으로 받아 돌아갔다.
롯데그룹은 이달 16일까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한 시간 단위로 사전예약을 하거나 현장 홍보관을 방문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시설을 개방할 예정이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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