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당 8.5점으로 팀내 최다득점 … 유재학 감독 "몸사리지 않고 어떤 상대와도 맞서"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한국 남자농구가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16년 만에 참가한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D조 조별리그에서 네 경기 내리 졌다. 앙골라(FIBA랭킹 15위ㆍ69-80), 호주(9위ㆍ55-89), 슬로베니아(13위ㆍ72-89), 리투아니아(4위ㆍ49-79). 모두 신장, 힘, 기술 등에서 한국(31위)을 앞섰다.
이변은 없었지만 소득은 있었다. 전통적으로 열세를 보여온 골밑에서 경쟁력을 확인했다. 특히 센터 김종규(23ㆍLG)가 놀랍게 성장했다. 앙골라를 상대로 8득점 3가로막기, 호주를 상대로 10득점 3가로막기로 고군분투했다. 슬로베니아를 상대로는 수비에서 큰몫을 했고, 리투아니아와의 경기에서도 12득점했다. 유재학(51) 감독은 "정신력이 돋보인다"며 "골밑에서 주저하던 모습이 사라졌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몸을 사리지 않고 부딪힌다"고 했다.
지난 7월 뉴질랜드와 다섯 차례 친선경기(2승 3패) 때만 해도 김종규는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고전했다. 자리싸움에서 밀려 다소 위축된 모습도 노출했다. 부진은 대회를 앞두고 약이 됐다. 이어진 합숙 훈련에서 선배 김주성(35ㆍ동부)으로부터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김종규는 "주성이 형이 올해를 끝으로 대표팀을 은퇴하려고 한다.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계속 물어본다"며 "모두 골밑 플레이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주성은 "계속 부딪히다 보면 요령을 깨닫게 된다. 다양한 움직임을 얘기해줬는데 습득이 꽤 빠르다"고 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인 그는 "김종규와 이종현(20ㆍ고려대)이 앞으로 대표팀의 기둥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고 했다.
김종규는 막중한 임무를 잘 알고 있다. 진천선수촌에 처음 소집됐을 때부터 혹독한 훈련을 자처했다. 휴가 기간에도 개인훈련을 했다. 그는 "힘과 기술을 겸비한 선수들을 상대하려면 한국에서처럼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며 "힘들지만 실전에서 기량이 나오지 않을 수 있어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코트에서의 훈련은 크고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를 대비한 맞춤형에 가까웠다. 뉴질랜드와 경기한 뒤 한 달여 동안 비슷한 선수와 부딪히지 못했지만 실전을 가상한 동작을 반복 연습했다. 김종규는 "1대 1 돌파 등 개인기보다 수비와 조직적인 움직임을 많이 연마했다"고 했다.
김종규는 이번 대회 팀 내 최다 득점자다. 네 경기에서 평균 8.5점을 넣었다. 야투 성공률은 48.3%. 자유투를 한 개도 놓치지 않았다. 특히 중거리 슛이 크게 좋아졌다. 지난 시즌 울산 모비스와 챔피언결정전을 할 때만 해도 실수가 잦았지만 이제 대표팀의 주득점원으로 성장했다. 아직 세계무대에 내놓을 만한 수준은 아니다. 유 감독은 "디테일한 부분에서 요령이 부족하다. 잘 뚫어놓고 슈팅을 제대로 못 한다든가, 수비가 달라붙는다고 놀라서 엉뚱한 슛을 한다는 점에서 그랬다"고 평했다.
수비 역시 더 배워야 한다. 미국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아론 베인즈(28ㆍ호주)를 비롯해 발데리시오 조아킴(24), 야닉 모레이라(23ㆍ이상 앙골라), 미하 주판(26ㆍ슬로베니아) 등과 리바운드 경쟁에서 자주 밀렸다. 김종규는 "그동안 접하지 못한 높이와 힘이었다"고 했다. 그는 "계속 부딪히면서 몸싸움에 적응하고 있다. 도전한다는 각오로 계속 달리겠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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