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대책위·삼성 "피해자 및 가족 이견 좁혀 합의점 찾을 것"…반올림은 협상 주체 명확한 구분 요구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협상단이 두 갈래로 갈라진 가운데 삼성 백혈병 논란을 둘러싼 7차 협상이 '협상 주체' 논란으로 결렬됐다.
삼성과 백혈병 피해자 및 가족 등은 3일 오후 2시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백혈병 논란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 시작 3시간30분 만인 5시30분께 협상이 종료됐다.
이날 협상에서는 내부 이견으로 반올림 협상단이 갈라지면서 '협상 주체' 논란이 불거졌다. 반올림 내부에서 보상안을 놓고 의견 차이가 발생한 가운데 당초 반올림 협상단 8명 중 6명의 피해자 및 가족이 별도로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족대책위)'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반올림은 삼성에 협상 주체를 명확히 해줄 것을 요구했다. 반면 가족대책위와 삼성은 피해자 및 가족이 소속된 단체는 두 갈래로 갈라졌지만 모두 피해자 및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으니 앞으로도 같은 자리에서 협상을 진행하며 의견 차이를 좁혀 가자는 입장을 전달했다.
송창호 가족대책위 대표는 협상 직후 "이번에 별도로 가족대책위를 구성했지만 처음부터 반올림과 협상을 같이 해 온 만큼 '가족대책위' '반올림' 등 명칭과 형식에 제한받지 않고 피해자 및 가족 모두의 의견을 한뜻으로 모아 협상을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올림 활동가들이 피해자 및 가족의 의견을 반영해 주지 않아 별도 협상 단체를 만들긴 했지만 앞으로도 반올림과 의견을 모아 협상을 진행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반올림은 가족대책위와 의견 차이가 분명한 만큼 사실상 같이 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유정옥 반올림 간사는 "삼성, 반올림간 협상이 아니라 삼성, 반올림, 가족대책위가 모두 모여서 협상을 진행하자는 뜻인지 알고 싶다"며 "현재 삼성에 협상 당사자를 3개 주체로 가져가겠다는 뜻인지에 대한 답을 요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협상 주체 논란으로 갈등이 불거지면서 반올림은 협상이 시작된 지 1시간30여분 만에 협상장을 잠시 떠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협상 주체는 중요한 게 아니며 백혈병 피해자 및 가족을 최우선으로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기존 원칙을 강조했다. 협상 주체를 명확히 해달라는 반올림의 요구와는 달리 가족대책위와 반올림에 소속된 피해자 및 가족 8명의 뜻을 하나로 모아 합의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반올림 내부 이견이라는 예상 밖의 상황이 발생해 난감하고 혼란스럽다"며 "의견이 다른 가족대책위와 반올림을 따로 만나 다른 답을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를 서둘러 해결하려는 가족 6명의 입장을 존중하며 앞으로도 가족, 발병자 위주로 협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기존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반올림이 내부 분열의 책임을 삼성에 돌리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반올림 내부 분열의 책임은 반올림에 있다는 것을 협상장에서 분명히 말했다"며 "반올림에 다시는 사실을 왜곡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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