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측 협상단으로 활동해 온 삼성 백혈병 피해자 및 가족 6명이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삼성과 독자 협상에 나선다.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 가족 대표인 송창호씨는 3일 오후 2시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리는 삼성과의 협상에 앞서 "삼성과 반올림이 지난 1년 6개월간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어떤 진전도 없었다"며 "협상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삼성과 별도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송씨는 "그 동안 반올림측 협상단으로 참여하면서 피해자와 가족의 목소리를 낼 기회는 없었다"며 "협상 과정에서 활동가 위주의 의견만 반영되고 피해자 및 가족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렇게 별도 협상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협상단만 보상을 받고 백혈병 논란이 끝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 송씨는 "결코 우리만 보상을 받고 끝내려는 게 아니며 정체된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우선 협상단을 대상으로 보상 기준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많은 피해자들로 보상을 확대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에는 송씨를 포함해 기존 반올림측 협상단으로 참여한 피해자 및 가족 8명 중 6명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반올림에는 2명의 피해 가족(황상기씨, 김시녀씨)만이 남아 있다. 반올림은 지난 1일 삼성에 2명의 피해 가족과 3명의 활동가(이종란 노무사, 공유정옥 간사, 임자운 변호사)로 구성된 새로운 협상단 명단을 통보했다.
이날 별도로 협상장에 들어선 반올림측은 그동안 협상에서 피해자 및 가족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의 입장 발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시간이 없으니 협상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반올림 협상단이 나눠진 것과 관련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많이 당황스럽고 안타깝다"며 "가족이 최우선이라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양쪽 입장을 들어보고 진정성을 갖고 협상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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