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당 추석자금 6470만원 부족…은행 대출태도 '보수화'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중소기업 두 곳 중 한 곳은 올해 추석 자금사정이 곤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는 '2014년 중소기업 추석자금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금사정이 곤란하다'는 응답이 47.2%로 '원활하다'는 응답(13.7%) 대비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특히 곤란하다는 응답은 지난해 추석(43.6%)대비 3.6%포인트 증가해 올해가 지난 해보다 자금상황이 더 나쁜 것으로 조사됐다.
자금사정 곤란의 주요 원인(복수응답)으로는 77.7%가 '매출 감소'를, 52.8%가 '판매대금 회수 지연'을 꼽았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매출 감소라는 답변이 9.5%포인트, 판매대금 회수 지연이라는 답변이 3.6%포인트 증가했다.
기업 사이에도 자금사정의 양극화가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을 통한 자금차입 상황이 곤란하다는 응답은 소상공인이 35.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소기업이 25.9%, 중기업이 19.7%로 기업 규모별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담보관행도 작년 대비 10.5%포인트 증가하는 등 오히려 강화됐다.
은행으로부터 자금조달이 곤란한 이유(복수응답)는 '신규대출 기피'가 50.2%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추가담보 요구' 40.3%, '신용보증서 요구' 30.0% 순으로 조사됐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보수적 대출관행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번 조사결과는 현재 자금차입시 기업 규모별로 겪는 어려움과 자금양극화가 어떤 상태인지 보여주고 있으며, 서둘러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자금차입이 곤란하다고 밝힌 수출기업(33.65%)의 비중이 내수기업(26.9%) 보다 높게 나타났다. 중기중앙회는 상반기 환율하락으로 인한 환차손이 기업의 매출과 수익에 영향을 미쳐 자금사정 악화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중소기업이 이번 추석을 보내기 위해 필요한 돈은 업체당 평균 2억2360만원으로, 이중 부족한 자금은 6470만원(28.9%)에 달했다. 올해 상여금을 지급할 예정이라는 업체는 61.2%로 지난해 대비 5.3%포인트 감소했으며, 지급 수준도 감소해 정액지급의 경우 지난해 대비 20만8000원 감소한 62만2000원으로 조사됐다.
한편 중소기업들은 정부가 올해 강조하고 있는 기술금융과 관련, 37.6%만이 "기술금융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응답도 25.1%에 달했다.
기술금융이 도움이 안 된다고 예상한 이유로는 33.9%가 '기업평가 시 기술평가 비중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으며, 23.8%가 '기술력에 대한 금융기관의 이해 부족'이라고 답했다. 또 기술금융을 조기 정착시키기 위해 56.8%가 '정책금융을 통해 보증 등 지원확대'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정부가 추석자금으로 21조원 가까이 푼다고 했지만, 중요한 것은 자금을 얼마 공급하느냐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자금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라며 "공급자 중심에서 무조건 자금을 푼다고 해서 소상공인과 영세기업이 원활히 자금공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실제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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