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광화문 광장에서 교황의 집전 하에 시복식이 거행된 가운데, 16일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맞는 신자·시민들의 다양한 모습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날 오전 9시께 교황의 시복식을 1시간여 앞둔 광화문 광장은 여러 신자들의 이색적인 환영법과, 색다른 시각으로 교황의 방문을 맞이하는 시민들의 모습으로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남녀노소 신자 한데 모여 '춤'으로 교황 맞이
이날 오전 9시께 광화문 광장 및 시복식 장내에서는 식전 미사가 거행됐다.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다수의 신자들은 삼종기도 등을 바치며 다가올 교황의 방문과 시복식을 준비하는 기색이 완연했다.
그러나 조금 떨어진 서소문 인근에서는 파란색 단체복을 맞춰 입은 천주교 신앙공동체 '네오까테구미날웨이(Neo Catechumenal Way·신앙의 재발견)' 소속 신도들이 이색적인 음율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있었다. 통상 연령대 별로 다른 활동을 벌이는 신자들과 달리 이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한데 모여 교황의 방문을 환영하는 공연을 벌였다.
네오까테구미날웨이 소속 신자인 김재덕(53·세례명 안드레아)씨는 "초기 교회와 전례의 모습은 지금과는 달리 나이나 다른 차이를 가리지 않고 함께 노래하고 즐기는 형태였다"며 "오늘도 교황님의 한국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보이는 것처럼 남녀노소가 모두 모여 스페인 운율을 차용한 성가를 부르며 춤추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 신도는 아니지만 교황의 진정성이 느껴져요"
이날 광화문 광장을 찾은 교황을 환영한 것은 신자만이 아니었다. 비신자들이나 타 종교 신자들도 광화문과 그 인근 지역을 찾아 교황의 방문을 환영하고 시복식 행사에 참여했다.
영국 출신의 성공회 신자인 엘릭스(31)씨는 "교황이 언제 영국에 올지 모르니 한국에 온 김에 봐야 할 것 같아서 나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이어 "가톨릭 신자는 아닌데다가 교리적으로도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여전히 있다"면서도 "한국은 물론 영국·미국과 전 세계적으로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가난한 자를 배려하고 평등을 고민하는 교황의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환영의 이유를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도 "세월호 사건은 정말 가장 가슴 아픈 사건이며, 유족들은 그저 진실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라며 "교황이 그들을 위한 적절한 메시지를 남겨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신교 신자라는 한모(24·여)씨도 "개신교와 천주교는 다른 면이 많지만, 교황이 강조하는 배려와 평등은 똑같이 중요하다"라며 "같은 예수를 믿는 사람으로서 환영하러 나왔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