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한 때 차에서 직접 내려 '세월호 유가족' 손 부여잡기도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박준용 기자] # "온다, 온다" 시복식 행사를 위해 서울 광화문 광장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퍼레이드용 차를 타고 나타났다. 교황은 시청부터 광화문까지 카퍼레이드를 하며 한국 시민과 만났다. 이 모(26)씨는 "전율이 오는 느낌"이라며 연신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박수를 치고 손을 흔들었다. 광장에는 성가가 울려퍼졌고 광장의 시민들은 크게 환호하기 보다는 비교적 차분한 태도로 교황을 만났다. 하지만 교황이 탄 차가 주변을 지날 때는 손을 들어 교황을 반겼다. 휴대폰, 개인용 사진기를 활용해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교황의 모습을 담으려하는 팔들이 시야를 가릴 정도로 많았다.
윤지충 바오로(1759~1791) 등 124명의 순교자에 대한 시복식 직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카퍼레이드가 16일 오전 진행된 가운데, 차에서 인사를 건네는 교황에게 신자들과 시민들은 환영의 환호성과 함께 눈물로 화답했다.
이날 오전 9시께 광화문광장과 대한문 일대에서는 식전 미사의 종료와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의 카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지붕을 제외하고 사방이 트인 퍼레이드 차량에 오른 교황은 경호원들의 수행을 받으며 광화문 광장·서소문 일대에 모인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대한문에서 광화문 광장에 이르는 짧지 않은 거리인 만큼, 전체 카 퍼레이드는 약 40여분간 진행됐다. 교황은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거나, 잠시 차를 세우고 어린 아이들과 스킨십을 나누기도 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신자들도 교황이 지나가자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과 함께 손을 흔들었다. 일부 신자들은 감격에 겨운 듯 눈시울이 붉어지거나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기도 했다.
카퍼레이드를 하던 교황이 군중들 속에서 한 아이를 안아올리자 "와"하는 환호가 터졌다. 곧이어 시민들은 웃음기어린 표정으로 교황에게 박수를 보냈다. 특히 교황이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직접 차량에서 내려 유가족의 손을 부여잡자 곳곳에서는 탄식과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유가족 대표가 차량에서 내린 교황의 손을 잡고 끝내 고개를 숙이자 장내에서는 다시 한 번 격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퍼레이드를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구르던 가톨릭 신자 정춘수(50·여)씨는 "신자 된 입장으로 교황님을 직접 뵙게되니 너무 흥분되고 눈물이 난다"며 "사실 지난 80년대 이후 두번째 교황님을 뵙게 된 것이라 저 개인에게는 정말 큰 영광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권 모씨는 (61)"교황님이 등장하는 것을 봤을 때 가슴이 뿌듯하고 아리다"면서 소감을 전했다. 또 "행사상황을 영상에 담을 것"이라며 촬영에 나서기도 했다.
차단벽 외부에서 지켜보던 일부 신도들은 조금이라도 교황을 더 가까이에서 살피기 위해 까치발을 하는 등의 진풍경도 벌어졌다. 시민들의 통행과 안전을 위해 설치된 펜스 탓에 도로가 비좁다보니 다가오는 신자·시민을 제지하는 경찰,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기 위해 다가서는 시민들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빚어지기도 했다.
한편 퍼레이드에서는 가톨릭 신자가 아닌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환영과 함께 종교적인 차이에도 '더 낮은 곳'을 찾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을 우리 종교계 역시 본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인근에 산다는 안명희(62·여)씨도 "개신교인이지만 우리 땅에서 교황을 직접 보게 돼 큰 영광이다"라며 "늘 소외된 곳, 어려운 사람들을 찾는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우리 교회와 종교인들도 교회 밖으로 나와 어두운 곳을 찾아다니는 등 사회 정화에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시복식을 지켜본 말레이시아 청년 에디안(23)씨는 "사람이 너무 많고 복잡해서 교황님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면서도 "가까운 곳에 있고, 광장의 대형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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