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 모두 영업손실…정제마진 감소가 큰 영향,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아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정유업계가 '적자 수렁'에 빠졌다. 상장이 되지 않은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정유 3사가 모두 2분기 영업 손실을 내며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일 정유 3사 가운데 마지막으로 2분기 실적을 공개한 GS칼텍스마저 7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이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GS칼텍스의 2분기 매출액은 10조1967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1.8% 감소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정제마진 감소를 극복하지 못한 영향이 가장 컸다. 매출액 8조1172억원으로 사업 부문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정유 부문에서 영업손실 1734억원을 냈다. 1분기 영업손실 636억원에 이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기록이다. 손실의 폭도 3배 가까이 커졌다. 또 환율 하락의 영향도 컸다. 1분기에 비해 판매량은 증가했으나, 매출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78.4%나 감소한 378억원에 그쳤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 여파로 파라자일렌(PX) 등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떨어진 탓이다. 매출액도 1조5828억원으로 6.9% 줄었다. 다만 윤활유 부문은 매출이 12.9% 증가한 4754억원, 영업이익은 23.0% 증가한 634억원을 기록해 '효자 노릇'을 했지만 손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정제마진 하락과 PX를 비롯한 아로마틱 제품의 시황 약세로 매출 및 영업이익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실적을 공개한 SK이노베이션과 S-Oil도 2분기 각각 503억원과 54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어닝쇼크'에 빠졌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에 2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후 2분기 만에 다시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석유사업 분야에서 2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출혈이 컸다.
화학사업도 부진했다. 화학사업을 담당하는 SK종합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은 5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77.2%나 감소한 수치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정제 마진 약세가 주된 원인이지만 환율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로 석유사업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S-Oil은 매출액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정유 부문에서만 1534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5.2% 늘었지만 적자폭은 159%나 증가했다. 석유화학부문은 영업이익 260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손실을 면하긴 했으나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76.2%나 감소했다.
문제는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정제마진의 하락은 멈출 줄 모르고 한때 효자산업으로 각광받았던 석유화학부문의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각 업체마다 정제시설의 신규 증설 경쟁을 벌인 결과, 공급은 증가했지만 경기부진의 여파로 수요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큰 수요처였던 중국 시장도 현지 업체들의 대규모 신증설 추진으로 인해 공급과잉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계속 좋지 않고 PX도 신증설이 많아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정유, 화학부문의 이중고에 시달려 3분기에도 실적 개선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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