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위조해 100억대 사기대출 받기도…검찰, 비자금 조성 등 자금흐름 추적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기업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삿돈을 멋대로 빼내 쓰고 서류를 위조해 사기대출을 받는 등 각종 비리를 저지른 장병권 한국전파기지국 부회장(45)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회삿돈 516억여원을 빼돌려 유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사기, 업무상 횡령 등)로 장 부회장을 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장 부회장과 함께 범행을 공모한 최모 현대디지탈테크 대표이사(61)도 공범으로 구속 기소됐다. 최씨는 옛 체신부 공무원 출신으로 2004년부터 한국전파기지국 및 관련 계열사에서 일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 부회장은 2012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셋톱박스 제조업체로 코스닥에 등록된 홈캐스트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한 현대디지탈테크를 내세워 66억4000만원가량을 대출받았다. 이 과정에서 장 부회장은 현대디지털테크의 부채비율이 500%를 넘는 등 자력 대출이 어렵다고 판단되자 신흥정보통신을 연대보증인으로 내세워 총 208억 9000만원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장 부회장은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장 부회장은 계열사 등에서 빼돌린 돈으로 홈캐스트 주식을 사들이고도 경영권 획득에 실패하자, 지난해 11월 계열사 명의의 대출서류를 위조해 제2금융권에서 100억원을 사기대출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또 올해 1월 홈캐스트 경영권을 확보한 뒤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0억원어치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한국전파기지국과 신흥정보통신이 나중에 이를 다시 사들일 것처럼 이사회 회의록과 매입합의서를 위조했다.
장 부회장은 홈캐스트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자 개인 변호사를 선임하기 위해 회삿돈 2억8600만원을 횡령하는가 하면 자문료나 급여를 과다하게 받는 수법으로 4억8000만원 상당을 빼돌리기도 했다.
한국전파기지국은 이동통신서비스에 필요한 기지국 공용화 사업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업체다. 1996년 당시 정보통신부 산하기관인 한국무선국관리사업단 등이 공기업으로 설립한 이후 2002년 코스닥에 상장됐고 신흥정보통신이 최대주주가 되면서 민영화 수순을 밟았다.
장 부회장은 한국전파기지국과 신흥정보통신 주식을 각각 16.92%, 60.19%씩 보유하고 있다.
검찰은 장 부회장과 그의 부친인 장석하 한국전파기지국 회장(77)이 신흥정보통신 등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대금을 부풀리는 수법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자금흐름을 추적 중이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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