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중국은 2012년 9월 6만5000t급의 자체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실전배치 한데 이어 현재 2척의 재래식 항모를 건조하고 있으며 장기로는 초대형 핵추진 항모 보유를 추진하고 있다. 핵추진 항모 건조는 2030년에 가서야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 이미 나왔지만 항모 보유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러나 최대 3척의 항모를 보유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태평양을 지배해온 미국의 상대가 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고액의 투자가 이뤄진 항모를 순항미사일과 어뢰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쾌속의 미사일 탑재 구축함과 잠수함, 보급선 등 대규모 항모전단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가야 할 길은 먼데도 중국이 항모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항모 보유 30년의 꿈=중국이 항모 보유는 어제 오늘 계획한 게 아니다. 수십 년의 꿈이다. 중국은 1985년 호주 항모 멜버른함을 고철용으로 구매했다. 그렇지만 중국은 비행갑판은 그대로 남겨놓았다. 함재기 조종사들의 이착륙 훈련용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2년 9월25일 우크라이나에서 산 ‘바랴그함’을 수리해 ‘랴오닝함’으로 명명해 취역시켰다. 정확히 27년이 걸렸다.
그리고 2014년 현재 중국은 함재기를 생산해서 함상에서 이착륙하는 훈련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보면 30년 만에 항모 운용의 꿈이 실현되는 것 같다. 이로써 중국은 전세계에서 항모를 보유한 몇 안되는 국가군에 들어갔다.
현재 항모는 미국과 영국,러시아와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인도와 태국, 브라질 등 9개국 만이 운용하고 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의 지위에 걸맞은 10번째 항모 운용국 클럽에 참여해 ‘대국의 체면’을 지킬 수 있게 됐다.
게다가 다롄의 조선소에서는 재래식 항모가 건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핵추진 항모 모델까지 공개됐다.
◆비싸고 덩치 큰 항모 보유할 가치 있나=항모는 함재기의 작전 범위에 있는 모든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전력투사 수단이라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무기다.
동시에 매우 커서 적대국의 순항미사일이나 탄도미사일, 어뢰의 먹잇감이 되기 쉬운 무기이기도 하다. 베트남이 러시이에서 도입한 킬로급 디젤 잠수함은 물론, 미국 잠수함에 대한 대잠수함 작전 능력을 구비하지 않고서는 중국 항모는 먼 바다로 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건조만 한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니미츠급 항모는 80대 정도의 각종 항공기를 탑재한다. 탑재하는 항공기 값도 엄청나다. 중국이 항모에 몇 대를 탑재할 지, 4세대 전투기를 탑재할 지,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할 지에 따라 그 비용은 기하급수로 불어날 수 있다.
그 뿐이 아니다. 비바람이 치는 바다 한 가운데서 비행기를 이착륙 시키려면 훈련도 많이 해야 한다. 기름을 내리 뿌려야 한다.운용유지비가 엄청나다. 미국의 항모 1척 유지비는 연간 4억달러(한화 약 415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돼 국방비 지출 증가가 둔화되거나 줄어들면 항모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해군력 증강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중국이 2번,3번 항모를 건조해 띄운다고 해서 2차 대전때부터 치더라도 70여년간의 경험을 축적한 미국을 상대할 수는 없다. 중국은 적수가 안된다.서태평양지역을 관할하고 일본 요코스카항을 모항으로 하는 미 7함대에만 니미츠급 항모 1~2척,이지스 구축함과 호위함 5~10척과 함재기 200여대 등이 있디.미국은 만배수량이 10만t이 넘는 핵추진 항모를 10척과 그를 호위하는 순향함과 구축함, 잠수함으로 구성된 항모전단을 운용해왔다.
더욱이 적의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어떻게 막을 것이며 어뢰를 또 어떻게 피하고 막을 것인가? 중국은 반접근거부(A2AD) 전략으로 둥펑21이라는 ‘항모킬러’라는 대함 탄도미사일을 만들어 배치했다. 항모킬러 미사일을 만든 중국이 항모를 만드는 것은 대단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미국과 그 동맹군들은 그에 필적하는 대함 순항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오하이오급,LA급핵추진 잠수함은 물론,일본의 재래식 잠수함들은 무시무시한 어뢰로 무장하고 있다.
중국이 수십 년과 수십억 달러의 돈을 투입한 항모는 단번에 무용지물이 돼 태평양 바닥으로 수장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이 만드는 항모는 미군용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항모는 남중국해용인가?=그렇다면 중국은 왜 항모를 보유하려 하는가? 자국의 생존이 걸린 해로를 보호하고 영토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원거리에 전력을 투사할 플랫폼을 확보하려는 것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중국은 서태평양 제1열도선'(중국의 대미 군사방어선으로 오키나와와 필리핀을 잇는 선)과 일본의 난세이제도를 통과해 대양으로 나가기를 꿈꿔왔다.
그렇지만 동북아의 군사문제를 천착해온 저널리스트인 J 마이컬 콜이 지난 1월27일 외교안보 매체 ‘더 디플로맷’에 쓴 ‘중국 항모 개발이 이치에 닿는 이유’라는 글에서 약간은 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그가 내린 결론은 항모는 실용보다는 ‘심리전용 무기’라는 것이다.
그는 항공모함의 취약성을 지적하는 비판론자들이 보지 못한 것은 항모가 '주요 전쟁 수단'이 아니라 ‘지역 전력 투사’ 환경에서 쓸 심리전용 도구라고 풀이했다. 다시 말해 중국 항모의 유용성은 함재기의 작전범위 확대에서 생기는 게 아니라 적들이 감히 공격할 수 없는 ‘깡패’에 딱 맞는 무기라는 데서 나온다는 것이다. 골목대장용 무기라는 뜻이다.
그에 따르면, 고가의 항모를 공격할 경우 그것에 상응하는 보복이나 확전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심리적 압박’을 준다는 것이다. 상징성이 매우 크고 다수의 인력과 무기가 탑재된 항모를 침몰시킨다면 최소한 그 정도의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그는 이런 ‘심리적 장벽’이 갖는 효과는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전쟁 상황이라면 당연히 항모를 침몰시키는 게 최선의 선택지만 분쟁 상황에서는 감히 중국 항모를 침몰시키려 할 수 없다. 항모 공격으로 참혹한 결과를 맞느니 차라 협상해서 난국을 피하는 선택을 할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물론 항모는 상대의 전력이 비슷하거나 더 강할 경우 효용이 떨어진다. 예컨대 10척의 항모를 보유한 미국을 중국이 항모로 공격한다고 가정해보라. 전멸을 자초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항모는 미국과 일본, 인도와 같은 강력한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그는 단언한다. 중국의 항모는 항모를 격침시킬 능력이 없는 필리핀이나 능력이 있어도 분쟁확산을 꺼리는 대만과 같은 소규모 나라를 포함하는 시나리오에서 배치될 공산이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중국의 생각은 전혀 다를 수 있다. 미국처럼 태평양과 인도양에서 미국과 대적하는 작전을 펼치는 대양해군을 꿈꾸는지도 모른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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