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대북 인도적 지원활동한 기독교인 잇따라 조사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한과 중국 접경도시에서 오랫동안 교육과 인도적 활동을 해온 한국계 미국인이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국의 소리방송(V0A)이 8일 전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내에서 장기간 대북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해온 기독교인들을 잇따라 조사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지린성 투먼에 있는 두만강기술전문학교의 한덕수 (미국명 피터 한) 교장이 최근 출국이 금지된 채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장과 교직원 수십 명이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에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조사가 끝날 때까지 관련 교직원들은 모두 투먼 지역을 떠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중국 당국은 한덕수 교장과 학교, 관련 단체인 두만강개발계획의 활동을 중단시키고 주요 직원의 계좌도 동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라 북한에서 지원을 받는 공장과 농장, 탁아소 등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VOA는 내다봤다.
한 교장은 한국계 미국인 기독교인으로 지난 2002년 투먼에 두만강기술전문학교를 세운 설립자이며, 연변의 조선족 사회와 북한에 대한 다양한 인도적 지원 활동을 펼쳐 지역사회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강원도 원산이 고향인 한 교장은 올해 72살로 한국에서 자란 뒤 1964년 미국으로 이민, 지역복지 관련 공무원과 사회사업가로 활동했다. 지난 1998년 은퇴한 뒤에는 같은 한국계 미국인 김진경 박사가 세운 연변과학기술대에서 교수를 지냈다. 그는 라선 등지에 빵과 된장 공장, 비료 공장, 농장을 세우고 지역 탁아소에 수 천 명 분량의 빵과 두유를 제공하며 유기농 비료 생산 등 북한의 농업 개선 활동도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장이 2002년 미국과 한국 기독교인들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두만강기술전문학교는 현지인들에게 외국어와 컴퓨터, 제과제빵, 미용 기술 등을 가르쳐 왔다. 교직원들은 대부분 한국과 미국, 영국, 호주, 유럽 등지의 전문직 기독교인들로 짧게는 수 개월에서 몇 년씩 장기간 머물며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중국 당국은 지난 5일에는 2008년부터 단둥에서 커피 전문점을 하며 대북 인도적 지원활동을 해온 캐나다인 선교사 가레트 씨 부부를 국가기밀 절취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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