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에볼라 바이러스가 서아프리카 국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내년 1월 있을 아프리카네이션스컵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영국 언론 'BBC'는 5일 “시에라리온 축구협회가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국가 내에서의 모든 축구 경기를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어니스트 바이 코로마(61) 시에라리온 대통령은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시에라리온 내 에볼라 의심지역이 격리되는 등 대외활동이 금지된다. 관중이 모이는 축구 경기도 제한된다.
아프리카네이션스컵 예선 경기는 에볼라 바이러스 탓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시에라리온은 최종예선을 앞두고 있지만 대회 2차예선부터 경기를 하지 못했다. 아프리카 동부의 세이셸 공화국이 에볼라 바이러스 전파를 두려워해 시에라리온과의 2차예선 경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세이셸 공화국은 2일 자국 수도 빅토리아에서 시에라리온과 경기하기로 했지만 상대팀 선수들이 입국하는 것을 막았다. 대회 규정상 상대팀과 경기를 거부할 경우 몰수패가 선언된다. 그럼에도 세이셸 공화국은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안전을 택했다. 시에라리온은 부전승으로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대회를 이끌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최종예선에서 시에라리온은 코트디부아르, 콩고민주공화국, 카메룬과 같은 조가 됐다. 당장 다음달부터 카메룬과 경기를 한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내년 1월 아프리카네이션스컵을 개최하는 북아프리카 모로코에도 에볼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1일 라이베리아의 내무부 장관 모리스 두클리가 "라이베리아에서 모로코로 출국한 사람 한 명이 에볼라 출혈열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사망자는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 모로코로 여행을 떠났다가 이틀 후 사망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가 장기화할 경우 아프리카 각국 대표팀이 선수차출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30회 맞는 아프리카네이션스컵은 아프리카축구연맹(CAF)주관하는 대륙컵 대회다. 2년에 한번 1월에 개최한다. 국제축구연맹(FIFA)규정상 구단은 해당 국가축구협회가 원하면 반드시 선수차출 요구에 응해야 한다. 하지만 1월은 유럽 각국 리그가 한창 진행 중일 때다. 아프리카 선수를 보유한 유럽 구단은 시즌 중 한달 간 선수가 자리를 비우길 원치 않는다. 이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조세 무리뉴(51) 첼시 감독도 이 때문에 "아프리카 선수를 영입하지 않겠다"고 볼멘 소리를 하기도 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는 구단이 선수를 붙잡아 놓을 수 있는 좋은 구실이 될 수 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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