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부족 우려 씻어내, 애플·퀄컴 등 대형 고객사 관심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 4월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글로벌 파운드리와 최첨단 공정 기술 '14나노 핀펫'에 대한 라이선스 제휴를 맺은 이후 파운드리 시장의 지도가 급변하고 있다.
2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가 연합해 내년 초 14나노 핀펫 공정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내년 초 글로벌파운드리의 뉴욕 공장이 가동하면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경기도 화성 공장과 미국 오스틴 공장을 비롯해 3곳에서 AP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공급 물량이 늘어날 예정인 가운데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 대형 파운드리 고객사들이 거래선을 TSMC에서 삼성전자-글로벌파운드리 연합으로 바꾸고 있다.
애플과 퀄컴은 TSMC의 16나노 핀펫 공정 대신 삼성전자-글로벌파운드리 연합의 14나노 핀펫 공정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소송전, 기술유출 문제 때문에 삼성전자를 완전히 떠날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국 기술력이 앞서면서도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삼성전자를 다시 선택한 것이다.
이들이 삼성전자로 돌아선 것은 삼성전자가 글로벌파운드리와의 14나노 핀펫 공정 라이선스 제휴를 통한 공급 확대를 통해 공급부족우려를 씻어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에서 TSMC로 거래선을 옮긴 것도 TSMC는 파운드리 사업만 하는 회사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20나노대에선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가 거의 없는데다 생산량도 삼성전자 보다 많아 단가를 더 낮출 수 있었으나 14나노 핀펫 공정에서는 삼성전자로 돌아 온 것이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떠난 것 역시 항간에 알려진 기술유출우려보다는 삼성의 적기공급우려때문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퀄컴 고위 임원은 "파운드리 고객사들이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은 천재지변과 같은 불의의 사태에도 반도체를 적기에 공급받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라며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의 협력으로 한국과 미국 동부, 남부 등 3개 지역에서 같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게 돼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국계 대형 파운드리 고객사 임원은 "애플이 AP 주력 공급처를 TSMC로 옮긴 배경에는 삼성전자와의 소송 및 기술 유출과는 전혀 관계없었다"면서 "AP는 스마트폰을 만들때 가장 중요한 부품 중 하나로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적기에 제품을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AP를 만드는 삼성전자에 독점으로 맡기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TSMC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매출 198억5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글로벌 파운드리는 42억6100만 달러, 삼성전자는 4위로 39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2위부터 10위까지의 매출을 모두 더해도 178억2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TSMC 1개 업체가 거의 모든 파운드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3년간 TSMC는 매년 10% 후반대의 높은 성장율을 기록했다.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들을 끌어들였고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이익율이 높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생산이 본격화 됐기 때문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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