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시즌 11승(5패)째를 올린 류현진(27·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컷패스트볼(고속 슬라이더)과 커브는 분명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타선을 압도한 데는 또 다른 비결이 있었다. 바로 유리한 볼카운트 승부다.
류현진은 지난 2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PNC 파크에서 열린 2014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와의 원정경기에서 7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다. 공 아흔여덟 개를 던지며 볼넷은 한 개만 내주고, 삼진은 다섯 개를 결들이며 효율적인 투구를 했다. 올 시즌 열아홉 경기 만에 11승째를 따냈고, 평균자책점도 종전 3.44에서 3.39로 떨어트렸다.
류현진은 전날 경기에서 7이닝 동안 타자 스물일곱 명을 상대했다. 이 가운데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타자는 열다섯 명. 초구서부터 공격적인 투구를 통해 상대 타자와의 볼카운트 승부에서 우위을 점했다. 특히 삼진 다섯 개 중 네 개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타자에게서 뽑아냈다.
더 고무적인 부분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을 때의 구종이 다양했다는 점이다. 상대 타자들이 예측하기 어려운 볼배합을 가져갔다. 류현진은 경기 초반에는 시속 150㎞ 초반대 빠른 공으로 카운트를 잡았다. 그리고 타순이 한 바퀴 돈 이후부터는 140㎞대 컷패스트볼과 120㎞대 커브를 활용해 피츠버그 타자들과 승부했다.
특히 2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로는 컷패스트볼을 주로 던졌다. 다섯 개 삼진 가운데 세 개를 컷패스트볼로 잡았을 정도로 공의 회전과 떨어지는 각도가 예리했다. 류현진도 경기 뒤 인터뷰에서 “초반부터 변화구 제구가 잘 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변화를 주면서 초구서부터 공격적으로 투구한 것이 주효했다”고 했다.
카운트를 잡는 공으로 쓴 커브도 위력적이었다. 류현진이 던진 커브는 총 열아홉 개. 이 중 열다섯 개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할 정도로 제구가 뛰어났다. 경기 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56)은 “올 시즌 내가 본 커브 중에서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며 “13~15인치(33~38㎝) 정도는 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11승을 거둔 류현진은 클레이튼 커쇼(26·11승 2패 평균자책점 1.92), 잭 그레인키(31·11승 6패 평균자책점 2.90)와 함께 팀 내 다승 선두이자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2위로 뛰어올랐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오는 28일 캘리포니아주 AT&T 파크에서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 등판한다. 류현진의 올 시즌 스무 번째 경기다. 류현진은 올 시즌 원정에서 열 경기 7승 2패 평균자책점 2.73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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