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유럽연합(EU)이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될 외무장관 회의에서 러시아 추가 제재 조치를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반군이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격추시킨 것으로 의심되는 말레이시아 항공기 사고로 EU는 200명이 넘는 인명 피해를 당했다. EU는 사고에 대한 대응 조치로 러시아 올리가르히를 대상으로 한 추가 제재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말레이시아 항공기 사고 후 EU 내에서 강력한 러시아 제재에 대한 요구도 잇따랐다.
하지만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강력한 러시아 제재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항공기가 추락한 지점이 우크라이나 반군 장악 지역이어서 사고 조사 과정에서 러시아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하고 러시아 제재시 유럽 국가들도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된다는 우려가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EU 정상들은 지난 16일 회의에서 크림 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불안을 조성한 이유로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경제적 제재 조치를 검토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22일 외무장관 회의에서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정상회의 이튿날 발생한 말레이시아 항공기 추락 사고로 제재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자 되레 유럽 국가들의 속내는 복잡해지고 있다. 러시아 경제 제재 조치는 서구 유럽 기업들에도 타격을 주게 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정상회의에서 정해진 지침 수준에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항공기 추락 사고가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독일 외무장관 프랑크-발터 스타인마이어는 "이번 회의에서 사고 항공기 조사와 시신 수습 협조 등 EU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러시아 압박 수준을 높여야 할 것"이라면서도 "러시아 압박 강화는 우크라이나 교전을 중단시킬 수 있는 정치적 과정을 수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에 비해서는 한층 단호한 입장이지만 여러 변수들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인 셈이다.
지난 주말 선데이 타임스 기고를 통해 강력한 러시아 제재를 주장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1일 재차 강력한 러시아 제재를 요구했다. 캐머런은 어떤 제재 조치가 취해져야할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이 영국처럼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특히 프랑스를 겨냥해 러시아로의 무기 수출을 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러시아와 12억유로 규모의 전함 2척 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올 가을 첫 번째 전함을 인도할 예정이다. 프랑스는 현재까지 예정대로 조만간 전함을 인도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영국 정상들은 20일 전화회의를 통해 러시아 제재 문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이처럼 현재 다소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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