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증시 추가 랠리에 베팅…'안전자산' 매력도 급락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증시 랠리를 등에 업고 유럽에서 전환사채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커버드본드 발행은 크게 줄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유럽에서 발행된 전환사채는 55건, 173억달러(약 17조7083억원)를 기록중이다. 이같은 발행 규모는 2008년 이후 최대치다.
전환사채는 미리 결정된 전환 조건에 따라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전환사채 보유자는 증시 상승기에 주식으로 전환해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증시가 하락해도 대부분의 경우에 원금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유럽에서 전환사채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증시 랠리가 계속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기업들의 입장에서 자금조달 비용이 저렴해지고 있는 것도 전환사채 공급을 늘리는 요인이다. 올해 들어 9건의 전환사채가 제로금리로 발행됐다. 지난해 3건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프랑스 통신장비업체 알카텔 루슨트가 지난 여름 발행한 전환사채의 표면금리는 4.25%였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4년6개월 만기 전환사채 9억3900만달러어치를 제로금리로 발행했다.
특히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추구 심리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투자등급 이하 기업들이 발행한 전환사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올해 유럽에서 발행된 전환사채의 60%는 등급이 매겨지지 않은 기업들로부터 나왔다. 25%는 투기등급 기업들이었다. 투자 적격 등급 기업들이 발행한 전환사채는 15%에 불과했다. 지난해 23%에서 8%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유럽에서 전환사채의 인기가 높아지는 반면 우량자산을 담보로 은행들이 발행하는 커버드본드의 발행은 1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유럽에서 발행된 커버드본드는 1050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4.1% 줄었다. 이는 지난 2002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대신 안전성이 높은 커버드본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유럽 금융사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통로였다.
하지만 재정위기 극복과 디플레 탈출을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개입을 늘린 이후 커버드본드 발행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은행들의 입장에서 각국 중앙은행이나 ECB로부터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빌려 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대형 은행들이 건전선 개선 노력의 일환으로 부실채권 등을 털어버리면서 2012년 중반 이후 은행권 자산 규모 자체가 10% 정도 줄어든 것도 있다.
국가별로 유럽 최대 커버드본드 발행국이었던 독일의 경우 올해 발행량은 177억달러로 줄었다. 이는 1995년 이후 19년만에 최저치다. 반면 상대적으로 커버드본드 시장이 작은 이탈리아의 경우 올해 발행 규모는 134억달러로 지난해(55억달러)보다 늘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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