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한 달여가 지난 가운데 수혜주로 꼽혔던 종목들의 주가가 대부분 제자리 수준으로 돌아왔다. 쿠팡의 독점적 시장 지위 등으로 인해 이용자의 이탈률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 수혜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진한 대응 등으로 쿠팡의 신뢰도 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수혜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것이 증권가 시각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는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을 공지하기 바로 전날인 지난달 28일 주가 24만4000원에서 이달 26일 23만1500원을 기록하며 5.12% 하락했다. 또한 이마트는 7만8200원에서 8만3100원으로 6.27% 올랐으며 CJ대한통운은 9만1300원에서 9만4400원으로 3.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들은 모두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수혜주로 꼽혔던 종목들이다. 코스피가 이달 5.17%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주가가 크게 변하지 않은 셈이다. 특히 이마트와 CJ대한통운의 경우 이달 각각 장중 9만4300원과 10만2100원까지 상승한 후 하락하는 추세다.
쿠팡은 11월29일 6월부터 11월까지 약 5개월간 해킹 공격을 받아 총 3370만개의 고객 계정 정보가 유출됐다. 이름과 이메일, 배송지, 주문 이력, 공동현관 비밀번호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활성 이용자 수가 약 2470만명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 국민 절반'에 가까운 정보가 외부로 노출된 셈이다.
쿠팡 정보 유출로 인해 네이버(NAVER), 이마트, CJ대한통운이 부각됐다.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앞세워 쇼핑, 예약, 여행 등 전반적인 생태계 락인(lock-in)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포인트 적립과 무료 배송,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혜택을 동시에 제공하는 구조다. 이마트는 온라인 쇼핑과 콘텐츠 혜택을 결합한 신규 멤버십 '쓱세븐클럽'을 내년 초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할인·배송 중심에서 벗어나 포인트 적립과 OTT 제휴까지 포함했다. CJ대한통운도 마찬가지다. 쿠팡 이탈 수요가 쿠팡의 경쟁사와 식품업체 자체 몰로 옮겨가면서 물류가 몰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다. 여기에 주 7일 배송과 신선배송 등으로 쿠팡과의 서비스 격차를 좁히고 있던 상황인 만큼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주가 상승이 반짝에 그쳤다.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개인정보 유출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용자 이탈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증권가는 이번 사태가 단기 악재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쿠팡의 미진한 대응이 이어지면서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도가 점진적으로 훼손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쿠팡은 결제 정보나 비밀번호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주의 안내 문자 발송에 그쳤다. 하지만 유출 규모에 비해 사후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사안은 국회 청문회와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 구성, 특별 세무조사로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최근에는 조사 결과 발표도 논란을 낳고 있다. 쿠팡은 고객 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특정해 고객 정보를 접근 및 탈취하는 데 사용된 모든 장치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모두 회수·확보했으며 외부 전송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표 과정에서 정부와 마찰이 생기는 등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지금 뜨는 뉴스
결국 이러한 대응 방식이 중장기적으로 쿠팡의 고객 락인 구조를 흔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본질적인 문제는 쿠팡이 이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쿠팡에 미진한 대응에 따라 관련 사안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쿠팡의 로열티 고객층 이탈과 투자자 신뢰 하락이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