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최근 정부가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시장경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영용 전남대(경제학부) 교수는 16일 오후 자유경제원 주최 '사내유보금 과세, 무엇이 문제인가' 정책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발제문을 통해 "사내유보금에 대한 법인세 부과는 사유 재산의 몰수 성격이 강화되는 것"이라며 "이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택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정면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또 김 교수는 사내유보금 과세가 이중과세,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 국부유출 등의 문제를 안고 있으나, 이와 같은 시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복지국가라는 허울을 좇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치의 훼손과 정부의 강제가 미치는 영역의 확대에 있다고 우려했다.
연강흠 연세대(경영학과) 교수는 "사내유보금 과세는 득보다 실이 큰, 마음만 앞서 이론과 현실을 모두 무시한 정책"이라며 "사내유보금 과세의 기본 시각은 사내유보금을 남는 돈으로 보는 것인데, 실상 사내유보금은 미래에 사용할 돈이지 남아도는 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연 교수는 아울러 "주주로서는 사내유보금은 나중에 가져갈 배당 몫이므로 이를 먼저 배당한다 하더라도 소비가 필요하지 않으면 결국 주식에 재투자할 것"이라며 "따라서 정부가 예상하는 대로 소비가 진작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사내유보금 축소에 따라 발생되는 비용의 문제들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그는 "임시투자세액 공제제도의 부활과 같이 실물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기업들의 투자 촉진에는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삼현 숭실대(법학과) 교수는 "사내유보금은 최고경영자(CEO)가 일방적으로 통장을 만들어 보관하는 것이 아닌 상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유보해야 하는 것"이라며 "상법상 '준비금'을 뜻하는 사내유보금에는 법정 준비금이 있고, 임의 준비금이 있는데, 법정 준비금은 법에 따라 무조건 사내유보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또 "사내유보금이 많은 대기업 대부분의 발행주식이 외국인 소유 지분 40%대를 초과한다는 점에서 내수 진작 효과보다는 국부의 해외유출 정도가 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면서 "안 그래도 성장 잠재력이 떨어져 걱정인데, 잠재역량을 강화하기 보다는 나누어 소진하겠다는 발상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은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 자체가 일반인과 정책입안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내유보금을 기업이 배당도 투자도 하지 않고 불필요하게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금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현 원장은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법인세를 납부하고 배당을 완료한 이후 유보하고 있는 자금으로 이 중 상당부분은 투자에 쓰인다"면서 "실제로 기업의 순수한 현금보유규모는 전체 사내유보금의 15%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를 '미배당금' 혹은 '투자 및 사내유보금'으로 바꾸어 불러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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