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서울중앙지법에서 40분 거리에 위치한 경기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 중앙지법 형사부 판사 32명이 7일 오전 이곳을 찾았다. 구속피고인들의 생활공간을 둘러보고 그들에 대한 이해를 넓혀 좀 더 나은 형사재판을 하기 위해서다. 이 법원 판사들이 구치소 시설을 방문해 교정시설과 처우를 살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구치소엔 2962명(이날 오전 10시 기준)의 수용자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 중 형이 확정된 이들은 877명, 나머지 2085명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구속 피고인’ 신분이다. 자신이 맡은 사건의 피고인들도 이곳에 있는 만큼 시설을 둘러보는 판사들의 얼굴엔 진지함이 묻어났다.
구속 피고인들이 수용생활을 시작하기 앞서 가장 먼저 들르는 신입실, 2평 남짓한 수용자들의 독방, 취사장, 교육장, 종교시설 등을 찬찬히 살펴보며 판사들은 옆에 있는 교정 담당 직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늘어놨다. 식사는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 역할 배분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질문 소리가 텅 빈 복도를 가득 메웠다.
임성근 형사수석부장판사와 3명의 법관은 이곳에서 생활하는 재소자 6명과 면담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재소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들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한 재소자는 “나에게 왜 이러한 형량이 선고된 것인지 상세한 설명이 없어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며 ‘좀 더 친절한 재판’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다른 재소자는 “국선변호인들은 사선변호인에 비해 면담 시간도 짧고 법정에서 형식적인 변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선변호인이 최소 2회 이상 피고인을 접견하도록 제도화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을 다 듣고난 뒤 임 수석부장판사는 개선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이날 일정을 함께한 한 판사는 “사법연수원 시절 견학 차 와본 이후 정식으로 판사가 되고나서는 처음 방문했다”며 “구속 피고인들이 재판을 받으러 이곳에서 법원까지 오는 과정을 이해하게 돼 향후 재판절차 진행에 참고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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