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 동부제철이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체결을 앞둔 가운데 계열사 주식을 강제로 떠안은 동부그룹 직원들이 주가하락에 인한 대규모 손실에 울상을 짓고 있다. 여기다 일부 임원들의 섣부른 주식 매도 소식이 더해지면서 그룹 내 경영진들에 대한 분노도 더해지고 있다.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동부제철은 오전 9시25분 현재 사흘째 급등하며 전날보다 7.0% 오른 214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자율협약을 통해 채권단이 기업 정상화에 나서기로 하면서 상승세로 전환했지만 지난 4월 유상증자 당시보다는 크게 하락했다.
당시 유상증자 신주발행가는 동부제철 2955원, 동부건설 2415원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동부제철과 동부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동부그룹 계열사 직원들의 손실도 불가피하게 됐다.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의 경우 연봉 20% 수준, 동부화재 직원은 성과급 대부분을 투자했다. 당시 무늬만 '자발적 참여'였지 사실상 '자발적 강요'였다는 게 동부그룹 직원들의 전언이다.
직원들은 상승세인 주가 곡선을 보며 심란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한 직원은 "회사 소식에 뒤숭숭하면서도 유상증자에 쏟아부은 돈 때문에 밤잠이 오질 않는다"며 "채권단의 자율협약 체결 소식에 그나마 주가가 올라서 다행"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동부그룹 경영진들이 자사주를 대거 매도하면서 직원들의 배심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덕재 동부제철 부사장과 홍순우 상무는 보유하고 있는 5730주 주식 전량을 각각 지난달 30일 팔아치웠다. 동부건설 경영진의 주식 매도도 잇따랐다. 김충선 동부건설 상무 등 계열사 임원 7명은 지난달 26일 이후 동부건설 보통주 6만5003주를 팔았다.
그룹 임원들의 주식 매도에 대해 업계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다. 경영진들의 판단 불찰로 유동성 위기를 맞은 마당에 주식 매도는 경영진으로서 적절치 못하다는 처신이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본인이 보유한 그룹 주식을 처분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더는 경영진을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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